“세월호…” 흐느껴 운 건반위의 구도자 백건우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세월호 참사 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추모 공연 제안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고 했다. 그의 피아노 선율은 24일 제주항에 울려 퍼질 예정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68)는 15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일…백건우 영혼을 위한 소나타’ 공연 간담회에서 추모 공연을 열게 된 이유를 말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한참을 흐느꼈다. ‘건반 위의 구도자’의 갑작스러운 눈물에 주위는 깊은 침묵에 빠졌다.
그는 24일 오후 7시 반 제주항 특설무대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백건우의 영혼을 위한 소나타’ 독주회 무대에 선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째다. 공연 장소도 세월호가 끝내 도착하지 못했던 제주항을 택했다.
이 공연에서 그는 총 6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연주곡은 한곡 한곡에 의미를 담아 모두 직접 골랐다. “너무 특별한 계기에서 시작된 공연이기에 곡 선택에 어려움이 많았다.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월호 참사를 대변하는 곡이 많다.”
백 씨가 선택한 첫 연주곡은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13번 2악장이다. 이 곡은 베토벤이 산책길에 나섰다가 병으로 죽은 자식 앞에서 슬퍼하는 한 여성을 발견한 뒤 위로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연주한 피아노곡이다. 그는 “베토벤이 이 곡을 연주한 뒤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는데 내 마음도 그렇다”고 했다.
다른 연주곡은 프란츠 리스트의 ‘잠 못 이루는 밤. 질문과 답’ ‘침울한 곤돌라 2번’ ‘순례의 해 3년, 힘을 내라’,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의 죽음’이다.
이 공연은 전석 무료다. 백 씨 또한 출연료를 전혀 받지 않고 무대에 선다. 그는 이전에도 전북 부안군 위도, 경남 통영시 욕지도 도동항 등에서 열린 ‘섬마을 콘서트’에 노 개런티로 연주해 문화 소외계층을 위로했다. 2011년에는 북한의 포격으로 어려움을 겪던 연평도에서 공연을 펼쳤다. 공연 관람 신청은 17일부터 20일까지 제주국제자유도시방송 기획실을 통해 최대 500명까지 선착순으로 받는다.(064-740-7810)
그는 가슴으로 얘기하며 또 한 번 흐느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