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맛있는 철학’ 내고 자문한 권혁주 작가-신승철 박사-박준우 셰프
‘맛있는 철학’을 그린 만화가 권혁주 씨(가운데)와 철학 자문역을 맡은 신승철 철학박사(왼쪽), 요리 자문역 박준우 요리 칼럼니스트가 한자리에 모였다. 박 씨가 든 ‘맛있는 철학’ 표지에 그려진 주인공과 박 씨 얼굴이 닮았다. 권 작가는 “박 씨의 팬이라 이름도 준우라고 짓고 생김새도 똑같이 그렸다”고 했다. 박 씨는 책에서 12가지 요리에 얽힌 칼럼도 썼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그 답이 궁금해 ‘맛있는 철학’(애니북스)을 쓰고 조언한 3인방을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철학공방 ‘별난’에서 만났다. 웹툰 ‘그린스마일’의 권혁주 작가(36)와 ‘별난’ 공동대표이자 ‘식탁 위의 철학’을 쓴 신승철 철학박사(43),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1 준우승 출신 요리사이자 음식 칼럼니스트 박준우 씨(31)다. 최근 출간된 ‘맛있는 철학’은 권 작가가 두 사람의 조언을 얻어 12개 서양철학 개념을 12가지 요리로 풀어낸 책이다.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어요. 그래서 만화를 그리는 동안 주변에서 ‘철학 만화는 언제 그릴 거냐’는 말을 듣고 살았죠.”
박준우 씨가 만든 복숭아조림 누룽지탕을 만화로 옮겼다. 애니북스 제공
스토리는 권 작가의 몫. 주인공은 대기업 회장 아버지를 둔 대학 철학 강사 권준우다. 그는 자신의 수업이 수강생이 모자라 폐강될 위기에 놓이자 요리를 하며 철학하는 ‘맛있는 철학’ 수업을 준비한다. 여기에 가업을 물려받지 않으려는 아들이 못마땅한 아버지,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 아내, 사춘기에 빠진 딸이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헤겔의 정반합 변증법은 레드 품종인 시라와 화이트 품종 비오니에가 섞인 와인 샤토 당퓌이와, 자크 라캉의 욕망이론은 어떤 재료든 마음대로 넣어 만들 수 있어 자신의 욕망을 투영할 수 있는 김치찌개와 만난다. 권 작가는 “주인공이 일상에서 요리하고 삶의 고민을 철학으로 푸는 모습을 보면서 철학은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약과 양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계피맛이 났어요. 만화적 재미와 철학, 요리를 횡단하는 이색적인 시도였습니다.”(신 박사)
“철학은 어려워서, 음식은 항상 옆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아요. 둘을 섞어놓으니 우리가 모르고 지냈던 일상의 맛이 났습니다.”(박 씨)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