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군의 기강해이 사례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병사 5명이 무고하게 숨진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이틀 전 군사분계선을 넘은 북한군이 우리 군 최전방초소(GP)에 접근해 귀순 유도 벨을 뜯어가는 사건이 서부전선에서 벌어졌다. 남북이 대치하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대낮에 군이 농락당했지만 국방부는 보름이 넘도록 사건을 숨겼다. 군에선 “작전 실패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철칙으로 여긴다. 경계 실패를 은폐까지 했으니 군의 기본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동부전선 일반전방소초(GOP)에서는 소초장 강모 중위가 사건 직후 인접 GOP로 달아났다. 현장 지휘관이 부하를 팽개쳐놓고 도망치기 바빴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총기와 탄약고 관리책임자인 그가 열쇠까지 갖고 내빼는 바람에 병사들은 우왕좌왕하다 자물쇠를 부수고 겨우 무장을 했다. 만일 북한 공비가 총기 난사를 한 것이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3일엔 목선을 타고 백령도에 도착한 북한 주민이 해병대 초소에 귀순 요청을 할 때까지 군은 깜깜이 상태였음이 드러났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취임 다음 날인 1일 연평도를 찾아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이 다시 일어난다면 도발 원점은 물론 지원세력과 지휘부까지 경고했던 대로 응징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린 군으로 어떻게 북한의 기습 도발에 맞서겠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