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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락시장 위험천만 ‘1.5층’ 28년 방치

입력 | 2014-07-01 03:00:00

하루 수천명 오가는 농수산물 매장… 패널로 천장 불법증축해 짐 쌓아둬
스프링클러도 막아 화재시 무방비




‘가짜 천장’ 무너질라 30일 오후 취재팀이 찾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한 상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 마트에 가건물 패널로 만든 ‘1.5층’을 설치해 28년간 임대료를 받아오다 최근 적발됐다. 450명의 직원과 하루 수천 명의 유동인구가 오가는 바로 위에 설치된 가짜 천장은 쌓인 짐들로 인해 화재 대응 시설까지 가로막혀 있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저게 가짜 천장이라니…. 알았으면 무서워서 여기 장 보러 왔겠어요?”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농수산물직판장 ‘다농마트’에 저녁 장을 보러 온 50대 주부는 기자가 가리키는 천장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국내 최대 농수산물 시장의 한복판에 자리한 이 직판장이 관계 당국의 무관심 속에 위태롭게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층만 1350m²가 넘는 마트의 천장 중간을 가건물 패널로 만든 ‘또 하나의 천장’이 지탱하고 있었다. 중간 천장 위에는 상자들이 꽉꽉 들어찼고 일부 공간은 아예 가벽과 유리창까지 단 채 사무실로 쓰이고 있었다. 패널 두께가 얇은 곳은 겨우 15cm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아래로 450명의 직원과 하루 수천 명의 손님들이 오가고 있었다.

○ 설계도에도 없는 ‘가짜 천장’

건물의 소유주이자 건축주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설계도에도 존재하지 않는 불법 건축물인 ‘1.5층’을 묵인하고 연간 임대료 1억3000만 원을 30년 가까이 다농마트로부터 받아온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1986년 창고와 사무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또 다른 층을 만들어 내는 ‘기형 증축’을 한 것이다. 공사 임대팀 관계자는 “당시 입주자 쪽에서 사용 공간이 부족하다고 민원을 제기해 설치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가짜 천장이 그간 시설 점검에서 적발되지 않은 채 화재나 붕괴 등 사고에 취약한 상태로 방치돼 왔다는 점이다. 원래 천장에 있어야 하는 스프링클러 등 화재 방지 시설의 살수 반경은 빈틈없이 쌓인 상자들로 막혀 있었다. 가건물 형태로 위태롭게 지어진 사무실 안은 천장이 낮고 구조가 복잡해 사고 발생 시 탈출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였다.  

▼ 시장 위탁업체가 화재-붕괴 ‘눈가림 점검’ ▼

가락시장 ‘가짜 천장’ 28년 방치

세월호 이후 市특별점검서 적발… 소방서 두차례 시정명령에도 안고쳐
입주자 반발에 철거계획 못세워… 구청 “시장측 계약 관여못해” 발뺌


송파소방서 예방과 관계자는 “소방법 위반 사항을 4월 말 최초 적발한 뒤 두 차례 시정 명령을 했지만 변한 게 없어 과태료 처분(50만 원)을 내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후 1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안전 조건은 과거에 멈춰 있었다.

○ 소방-자치구-공사 ‘책임 떠넘기기’

28년간 방치돼 온 국내 최대 농수산물 시장 내 마트의 ‘기형 증축’ 논란이 드러났는데도 소방, 자치구, 공사 등 관계 당국은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진화하기에 바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시작된 서울시 ‘긴급 특별 점검’에서 당국의 무책임한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송파소방서는 4월 서울시에서 직접 유관기관에 지시한 특별 점검을 통해 위반 사실을 적발한 뒤 송파구에 통보했다. ‘28년간 왜 시설 점검이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소방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대형 시설을 일일이 현장 방문을 통해 점검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기존엔 가락시장에서 위탁한 업체가 점검을 맡고 지적 내용만 소방서에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답했다.

적발 내용을 통보받은 송파구는 보름 가까이 지난 뒤인 5월 15일에야 농수산식품공사에 시정명령 공문을 보냈다. 1008m² 규모의 가짜 천장 전체가 건축법 위반 항목으로 드러났으며, 이에 따라 자진 철거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역내 시설 안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구 건축과는 통보 이전까지 해당 사실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불법 건축물 자재가 어떤 것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공사는 이런 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앞으로의 대책에 관해서는 “입주자 측과 협의 중”이라고만 답변했다. 직판장 측에서 “수십 년을 임차료 내고 영업해 왔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철거하란 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 건축지도팀 관계자는 “우리는 건축주에게 시정 명령을 내릴 뿐 그 이상의 계약 관계에는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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