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바티칸서 중동평화 기도회… “평화정착, 전쟁보다 큰 용기 필요” 美중재 이-팔회담 결렬뒤 성사… 협상 재가동 위한 촉매제 기대
중동평화회담이 결렬된 지 3주 만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지도자가 바티칸에서 만나 포옹했다. ‘중동의 화약고’인 양측 최고급 지도자 간 회동은 매우 이례적인 데다 국제적으로 명망이 높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재로 성사된 자리여서 재협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8일 바티칸 정원에서 만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로 이마를 맞대고 포옹했다. 교황은 “평화 정착이 전쟁보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고 역설했고 중동평화 기원 기도회 뒤에는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나무를 함께 심었다.
바티칸 측은 “즉각적 (재)협상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며 정치적인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미국 주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회담이 최근 결렬된 가운데 이뤄진 이번 기도회에 대해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 진행된 것 가운데 매우 의미 있는 행사”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한발 더 나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이날 교황이 이끌어 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 간의 ‘포옹’은 “협상 재가동을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배경 5가지를 소개했다.
세 명 모두 반대 여론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에 맞설 수 있는 결단력의 소유자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압바스 수반은 2012년 11월 자신이 유년기를 보낸 사페드 지역이 이스라엘 영토가 된 만큼 현실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말해 ‘귀환권(right to return)’을 주장해온 강경 팔레스타인인의 반발을 샀다. 페레스 대통령은 이스라엘 내 강경파가 주도하는 요르단 강 서안 지구 추가 건설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맹공해 강경파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 △세 지도자 모두 평화 정착을 위한 현실적인 목표의식을 갖고 있고 △양측 국민의 강한 평화협상 열망을 의식하고 있으며 △기도회가 열린 8일이 유대교의 ‘오순절’(그해 처음 추수한 벼와 밀을 유일신에게 바치는 유대인의 절기) 직후이자 그리스도교의 ‘성령강림대축일’(부활절 후 50일 되는 날)이라는 상징성도 고무적인 배경이라고 포린어페어스는 덧붙였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