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호 연세대 의대 교수·정형외과학
한편으로는 배운 그대로, 자신을 찾아와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한 무한대의 책임의식 때문에 환자를 나 혼자서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주어야 한다는 거의 무의식에 가까운 강박관념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결국 자신을 찾아온 환자를 ‘내 환자’로 고집하게 되는 이유다. 홍 박사는 “환자 중심 의료는 내 환자가 아니라 우리 환자로 생각하고, 오직 환자를 위하여 의사들뿐 아니라 병원의 모든 역량을 합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가지 치료법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학문적 접근을 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완화요법, 통합의료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이러한 치료법이 주된 치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들었다.
어떻든 현대의학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그가 증거중심의 의학을 주장하는 국내 의료계에서는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통합의학을 거론한 점이 인상적이다. “환자를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수단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철학이 배어 있는 것 같다.
의료 환경이 너무나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의사단체가 과연 당초의 설립 목적대로 한국 의학 발전과 회원인 의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자괴감이 드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환자를 우리 환자라는 개념으로 대하라”는 홍 박사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나’가 아닌 ‘우리’ 개념으로 대할 때 의사들은 환자로부터 신뢰받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높은 지식과 기술을 지닌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면 설 자리가 없다. 이런 인식하에 우리 의사단체가 다시 올바른 방향타를 찾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의사단체와 의사들이 설 자리가 있다.
신규호 연세대 의대 교수·정형외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