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소재 장편소설 낸 구광렬 교수
구광렬 울산대 교수는 “학교에서 차 몰고 10분만 가면 반구대 암각화를 볼 수 있다”면서 “오감으로 가까이 접했기에 반구대 소설을 쓰기에 적격자가 아니었을까 감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9일 만난 구 교수는 “나는 된장을 담갔을 뿐이다”라고 했다. 우리 음식의 기본인 된장처럼 이 소설을 계기로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반구대 암각화가 활발히 다뤄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말하기에 앞서 대중이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선사시대 우리 선조의 생활상을 그리려고 관련 자료를 모았지만 생각보다 참고할 만한 게 많지 않았다. 암각화의 제작 연대, 새김 방법, 보존 대책 같은 기술적 문제를 다룬 학술논문뿐이었다. 나팔을 부는 무당,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 새끼를 밴 고래, 가축을 길렀음 직한 울타리…. 암벽에 새겨진 300여 점의 그림이 저마다 들려주는 이야기를 작가는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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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과 달리 마음 놓고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웃음) 다만 한자 도입 전인 6000년 전이 배경이어서 인물 간 대화를 순우리말로 쓰려고 했다. 단 한 단어 ‘벌(罰)’을 우리말로 못 바꿔서 아쉽다.”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뒤에야 삼과 유채가 외래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식물의 원산지를 다시 조사하는 일도 있었다. 구 교수는 이 작품을 여러 출판사에 보냈다가 주제가 무겁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상업성이 떨어지는 작품인 거 안다. 나 홀로 간직할지언정 누군가는 써야 하는 작품이어서 썼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