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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직원 70%는 수동적… 그들 잠재력을 깨워라”

입력 | 2014-05-15 03:00:00

‘블루오션 전략’ 이후 10년만에 돌아온 김위찬 교수의 ‘블루오션 리더십’




많은 기업이 조직 내의 무기력과 나태, 수동적 업무태도 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고민하고 있다.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조사기관 갤럽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기업에서 직원의 30%만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이고 업무에 임한다고 말한다. 중국에서는 이 수치가 9%로 떨어진다. 대다수의 회사원이 수동적으로, 시간만 때우는 식으로 일한다는 얘기다. 이런 비효율성으로 인해 미국 경제 전체적으로는 연간 50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갤럽은 추산했다.

이처럼 조직 전반에 나태함이 퍼져 있는 상황에선 리더 개인에게 더 똑똑해질 것을 요구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게 김 교수와 마보안 교수의 지적이다. 이들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코리아 5월호에 실린 ‘블루오션 리더십’ 논문을 통해 리더의 성향이나 자질을 바꾸기보다 리더의 구체적인 행동을 바꾸는 방식으로 조직의 나태와 무기력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교수는 10년 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블루오션 전략’이란 논문을 싣고 이듬해 책을 발간해 ‘블루오션’ ‘레드오션’이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유행시킨 바 있다. 이번 논문에서 두 저자는 기업 외부가 아니라 기업 내부에 아직 제대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 직원들의 잠재력이야말로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라고 말한다. 블루오션 리더십의 핵심 내용을 요약한다.

○ 성공한 리더는 어떻게 행동했나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과 경영자 코칭 과정은 이미 무수히 많다. 기존 프로그램들은 리더 개인의 성향이나 자질을 바꾸는 데 중점을 둔다.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을 배우자’거나 ‘이건희처럼 경영하자’는 식이다. 하지만 사람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고 또 실제로 변했는지를 측정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런 접근법과 달리 블루오션 리더십은 리더가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에 집중하지 않고 어떤 구체적인 행동과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게 훨씬 쉽기 때문이다. 누구나 스티브 잡스가 될 순 없지만 스티브 잡스가 실제 했던 일들(예를 들어 최고 인재 영입하기, 소비자 경험에 집중하기 등)을 따라할 수는 있다.

이를 위해 블루오션 리더십에서는 관리자를 고위·중간·실무급의 세 가지 계층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고위 경영자와 실무급 경영자는 만나는 사람도, 하는 업무도 다르기 때문에 가져야 할 태도와 따라야 할 행동지침도 달라야 한다.

○ 직원은 리더를 어떻게 볼까


블루오션 리더십의 적용은 4단계 절차를 밟는다. 김 교수와 마보안 교수가 실제로 컨설팅을 진행했던 영국의 유통 대기업 BRG(가명)사의 사례를 통해 4단계의 내용을 살펴보자.

① 회사의 리더십 현실을 파악한다

우선 BRG 내에서 12∼15명 정도의 똑똑한 임원을 골라 블루오션 리더십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이들은 세 개의 소그룹으로 활동하면서 각각 고위·중간·실무급 관리자군을 하나씩 맡았다. 그리고 이 관리자군에 속한 사람들과 그들의 상사, 부하직원을 두루두루 인터뷰했다. 관리자들이 현재 어떤 행동과 활동에 시간을 쏟고 있는지, 이들이 등한시하는 일은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4∼6주간의 인터뷰를 끝내고 이 결과를 토대로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임원들은 ‘현행 리더십 프로파일’을 만들었다. 각 직급의 관리자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리더십 행동과 활동들이 무엇인지를 10∼15가지 정도로 적는 것이다. 예를 들어 BRG의 많은 직원은 중간급 관리자들이 조직 내 정치놀음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또 중간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업무를 불분명하게 분배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게 만들고 지나친 사내 경쟁을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직원들끼리 서로 비난하는 사태가 자주 발생하고 리더가 직원들을 가지고 놀면서 서로 싸우게 만든다는 인식이 많았다.

② 대체 가능한 리더십 프로파일을 개발한다

태스크포스의 임원들은 다시 직원들에게 돌아가 두 종류의 질문을 던졌다. 하나는 앞서 정리한 관리자들의 현재 활동이 꼭 필요한 것인지 묻는 것이다. 현재 활동 중 약 3분의 1은 별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고 다른 3분의 1은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 할 활동들로 나타난다. 두 번째 질문은 조직 외부에서 목격한 리더십 중에서 우리 조직에 적용했으면 하는 사례를 묻는 것이다. 학교 선생님도 좋고 할아버지 할머니, 스포츠 코치의 예도 좋다. 이런 정보들을 토대로 태스크포스는 각 관리자 그룹마다 더 많이 해야 할 일과 더 적게 해야 할 일을 적은 ‘목표 리더십 프로파일’을 만들었다.

③ 리더십 설명회를 개최한다


현행 리더십 프로파일과 목표 리더십 프로파일 작성을 마치고 BRG는 주요 임원과 이사들, 그리고 고위·중간·실무급 관리자들이 참석하는 ‘리더십 설명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참석자들에게 설명회의 목표가 특정 개인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조직의 통합과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납득시키는 일이다. 그래야 리더와 직원 모두가 변화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

태스크포스 발표가 끝나고 포스트잇 투표를 통해 직급별로 어떤 리더십 프로파일을 추진할지 묻는 절차가 이어졌다. BRG에서는 125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들은 고위급 관리자들에겐 ‘권한을 위임하고 회사의 미래를 그려라’, 중간급 관리자들에겐 ‘자유를 줘라, 부하들을 가르치고 힘을 실어줘라’는 처방을 내렸다. 실무급 관리자들에게 내려진 처방은 ‘군말 말고 고객을 섬겨라’였다.

④ 새로운 리더십 실행을 제도화한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결정된 사항을 부하직원들에게 전달했다. 또 목표 리더십 프로파일을 사무실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부착해 늘 떠올리게 했다. 부하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제작된 리더십 프로파일에 따라 상사가 제대로 행동하고 있는지를 체크할 수 있다. 처음엔 불편하고 껄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공동체 정신과 상호 존중의 문화가 자리 잡았다.

BRG에서는 이런 4단계 과정의 블루오션 리더십 적용이 끝나자 실무급 직원 1만여 명의 이직률이 1년 만에 연간 약 40%에서 11%까지 떨어졌다. 채용과 교육에 드는 비용이 50% 절감됐고 결근이 감소한 것까지 포함해 첫해에만 5000만 달러 이상을 아꼈다. 게다가 고객 만족도는 30% 이상 오르는 등 큰 성과를 냈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