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북한 경제] 장성택 처형 후 14개 경제특구 지지부진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임차해 사용 중인 나진항 3호 부두. 중국 기업이 사용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1호 부두는 북한 당국이 임대 사실을 부인했다. 사진 출처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홈페이지
중국 해관(海關·세관)에 따르면 올해 2월과 3월 북-중 교역량은 지난해 대비 각각 14%, 13% 감소했다. 특히 대중 수입이 21%씩 감소했다. 이러한 수입 감소는 원유 수입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둥(丹東) 등지의 대북 무역상들은 일반 물품의 수요도 크게 줄었다고 전한다. 한 무역상은 “올 들어 북한 측에서 요구하는 물품 주문이 급감해 다들 개점휴업 상태”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무역 라인이 개편되는 과정에서 몸을 사리는 측면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대북 사업가는 “수년간 거래하던 북한 회사 사장이 장성택 사건 이후 처형됐다”며 “밀린 결제 대금을 받을 데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거래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나진-선봉(나선) 경제특구의 금삼각주은행 직원은 홍콩 펑황(鳳凰)위성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해관이 중국인의 북한 입국 때 현금을 2만 위안(약 330만 원)까지만 갖고 갈 수 있게 규정했다. 북한 은행과의 외화결산을 불허하는 데다 현금마저 제한하다 보니 중국인 투자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북한의 재정과 통치자금이 말라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매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전후해 북-중 접경 지역에선 북으로 들여보낼 화물이 폭증해 트럭을 구하기 어려웠지만 올해는 빈 차가 많았다. 선양(瀋陽)의 한 대북 소식통은 “함경도 일대에서는 공무원 월급이 7개월째 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최근 심각한 연료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석유가 고갈되다시피 해 당국이 최근 오토바이 (주행) 단속령을 내렸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중국산 오토바이가 많이 보급됐고 오토바이 소유주들은 장마당에서 암거래를 통해 석유를 구매해왔다.
베이징·단둥=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