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원래 그런 거란다. 그거 빼고 다 재밌게 느껴지는 게 일이란다. 그래서 일이 많을 때는 평소엔 잘 안 보던 TV도 그렇게 재밌고, 시험 기간 책상에 앉으면 평소엔 안 하던 책상 정리가 그렇게 하고 싶어지는 거란다. 그래서 혹자는 이런 말도 한다. 제일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정말 그런 걸까? 직업이 되는 순간 ‘재밌는 것도 재미없어지는 것’ 그게 정말 일인 걸까? 하지만 이런 말도 있는데? 재능 있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그럼 그건 혹시, 일은 원래 재미없는 거지만 계속 재미없어하면 너무 힘드니까 재밌는 척이라도 해, 격려하기 위해 생긴 말일까? 정말 일을 즐기면서만 하는 사람도 있긴 할까?
물론 즐거운 순간도 있다. 머릿속에서만 맴맴 돌던 이야기가, 어느새 완성된 글이 되어 마지막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 그리고 누군가가 그 글을 보고 마음에 남았다는 얘길 들려주면 참 좋다. 그리고 가끔은 결과와 상관없이 글을 쓰고 있는 그 시간 자체가 좋을 때 역시 분명 내게도 있다. 하지만 ‘즐기는 자’라 말하기엔 괴로울 때 또한, 아니 어쩌면 괴로울 때가 ‘더’ 많으니 나는 즐기는 자도 아니요, 그렇다고 즐기지 않는 자도 아니요, 글과 나는 애증의 관계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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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하나도 없고 밉기만 하면 헤어지게 된다. 관계는 끝난다. 사실 미워할 필요도 없다. 관심도 없는데 뭐.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미워해, 아무 관계도 아닌데. 하지만 아직도 너와 내가 관계를 맺고 있다면 그건 단 하나의 좋은 점이라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 아직 널 좋아하니까 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그러니 세상의 모든 관계는 사실 ‘애증의 관계’인 건 아닐까? 너와 나의 관계, 삶과 나의 관계, 글과 나의 관계 또한 모두 애증의 관계. 그래서 글 쓰는 거 빼고 다 재밌다는 내게 선배는 이렇게 말했는지도 모른다. “작가 맞네.” 그래도 또 쓸 거잖아. 쉽게 헤어지긴 힘들 거다. 애증의 관계란 그런 거니까. 글과 나의 관계. 너와 나의 관계. 삶과 나의 관계. 미워도 쉽게 헤어질 수 없는, 불만투성이인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은 좋아하고 있는, 관계란 모두 그런 거니까.
강세형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