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5>포스코 발전따라 포항도 변신
지난달 21일 기자가 찾은 포항운하는 준공식을 앞두고 한창 들뜬 모습이었다. 형산강 너머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운하 입구에서는 17인승, 46인승 유람선들이 시범운행을 하며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운하가 생기면서 형산강과 물길이 이어지게 된 동빈내항 지역 상인들도 표정이 밝아졌다. 동빈내항 인근 죽도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주달막 씨(78·여)는 “운하가 만들어지면서 그동안 골머리를 앓던 악취 문제가 사라졌다”며 “최근 들어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총 1600억 원이 투입된 이번 공사에서 포스코는 300억 원을 부담했다. 1968년 회사(당시 포항종합제철) 설립 이후 50년 가까이 뿌리내리고 있는 포항 지역사회를 위해 회사가 나선 것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운하 건설을 추진했으나 예산 확보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며 “포스코가 건설비 지원을 결정해 운하 건설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3년 6월 포항제철소 제1고로에서 처음으로 쇳물이 쏟아진 지 41년. 인구 6만여 명의 조용한 어촌도시였던 경북 포항시는 포스코와 함께 인구 52만4093명의 대규모 산업도시로 성장했다. 현재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약 1만9500여 명(협력사 직원 1만여 명 포함). 단순하게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시 전체 인구 중 15%가 포스코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철강산업 전체로 시야를 확대해 보면 그 비중은 더 높아진다. 포항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2년 포항 지역 제조업체 908개 중 철강산업과 연관된 업체는 360개로 그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도시가 발전하면서 외국인 거주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8년 3686명이었던 포항시 외국인 거주자는 2012년 4432명으로 20% 이상 증가했다.
포스코가 포항시에 납부하는 지방세 또한 시 세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2012년 포항시가 거둔 전체 지방세 3000억 원에서 포스코가 낸 금액은 357억 원으로 약 12%를 차지했다.
○ 외형 불리기를 넘어 삶의 질 개선에 초점
포스코는 포항시내 야경 개선을 위해 2005년 제철소 내 형산강 방향에 있는 건물 곳곳에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를 설치하기도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철소 야경을 즐기러 오는 젊은 커플이 늘면서 형산강 주변에 전에 없던 카페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 신임 회장에 대한 기대도 커
교육·기술적인 측면에서 포스코가 지역 사회에 이바지한 공로도 적지 않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포스텍은 물론이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가 2009∼2011년 원장을 맡았던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이 포항에 자리 잡은 것도 포스코가 있었기 때문이다.
취임을 앞둔 권 회장 내정자에 대한 지역 사회의 기대도 크다. 김준홍 포항대 철강산업회계실무과 교수는 “최근 국제 철강경기 불황에 따른 포스코의 부진으로 지역 경제가 타격을 본 것이 도리어 포스코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며 “새로운 수장이 포스코를 재도약시켜야 한다는 지역 사회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포항=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