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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한 한국 古미술품 중 불법 반출된 것 있다면 언제든 반환”

입력 | 2014-02-19 03:00:00

美 고미술 수집가 로버트 무어씨




18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갤러리에서 로버트 무어 씨가 다음 달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출품할 19세기 청화백자 십장생 항아리 앞에 섰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950년대부터 한국 문화재에 빠져 평생 세계를 돌며 고미술품을 모아 왔습니다. 그 가운데 한국에서 불법 반출된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 돌려줄 용의가 있습니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갤러리에서 만난 로버트 무어 씨(84)는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다. 다음 달 19일 크리스티 뉴욕에서 개최하는 ‘십장생-로버트 무어 컬렉션’ 경매를 앞두고 작품 소개차 방한한 그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고미술 수집가이자 거래상. 하지만 지난해 소장하던 현종 어보와 그가 로스앤젤레스카운티박물관(LACMA)에 넘긴 문정왕후 어보를 미 국토안보부 수사국(HSI)이 밀반출품으로 압수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정식 거래 절차를 밟아 구입했을 뿐 이전 해외 반출 과정은 몰랐다”며 “현종 어보도 (압수가 아니라) 자의로 협조해 내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전쟁을 겪으며 문화재가 밀반출되는 건 일상적인 일이었습니다. 한국도 그런 아픔을 겪으며 해외에 수많은 고미술품이 산재해 있어요. 이를 돌려받으려면 명백하게 불법 유출을 증명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한국인들이 국외 소재 문화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무어 씨는 1955년 주한미군으로 1년간 머물며 한국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귀국 후 1957년 고려시대 청동 수저를 15달러에 구입하며 본격적으로 수집에 나섰다. 한때 1000점이 넘는 한국 고미술품을 모았다. 이미 1986년과 2006년 두 차례 경매에 도합 350여 점을 출품했고, 이번에 19세기 민속품 위주로 135점을 내놓았다. 무어 씨는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 문화재는 자연스럽고 인간미가 넘쳐 정이 간다”고 말했다.

“2000년 LACMA와 한국 문화재 200여 점을 거래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명감을 갖고 세상 곳곳에 흩어졌던 작품들을 찾아내 박물관이나 전문가들이 제대로 보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한국 고미술품을 모을 당시엔 주목도가 떨어졌는데, 요즘은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어 무척 기쁩니다.”

신세계갤러리의 크리스티 경매 출품작 전시는 19일까지 이틀만 열릴 예정. 일정이 빠듯했으나 “꼭 한국에 먼저 소개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강해 성사됐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어보와 관련한 HSI의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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