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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연세로 승용차 ‘쌩쌩’

입력 | 2014-02-10 03:00:00

‘24시간 금지’ 한달… 현장 가보니




8일 오전 1시경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2차로에서 차량과 보행자가 뒤엉켜 지나고 있다. 지난달 6일부터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됐지만 새벽 시간대에는 무단 진입하는 차가 적지 않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8일 0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왕복 2차로.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맞아 번화가에 나왔던 시민들이 버스 막차를 타기 위해 바쁘게 도로를 가로질렀다. 연세로는 지난달 6일 서울의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돼 일반 차량의 통행이 24시간 금지되고 인도가 넓어졌다.

그때 연세로 한쪽에서 ‘빠앙’ 소리가 들려왔다. 검정 쏘나타 승용차가 차로를 횡단하던 시민 2명을 발견하고 급정거하며 경적을 울린 것. 이 승용차는 시민들이 길을 건너자 다시 속도를 올려 연세로를 빠져나갔다. 오전 7시∼오후 9시에는 모범운전자회 회원들이 양쪽 진입로에서 일반 차량 통행을 막고 있지만 이들이 퇴근한 시간에는 무단 진입하는 차가 적지 않았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난달 22, 25일, 이달 8일 총 3차례에 걸쳐 관찰해 보니 0시∼오전 3시에 1시간 평균 20대의 일반 차량이 연세로 550m 구간을 통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찔한 상황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인도 턱과 신호등이 전부 철거된 뒤 무단 횡단하는 시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표시가 없는 곳에서 길을 건너는 시민은 시간당 평균 80여 명이었다. 택시의 통행이 허용되는 유일한 시간대인 0시∼오전 4시가 되면 차로 양쪽을 택시가 점령했다. 주정차한 택시가 통행하는 다른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길을 건너는 시민을 뒤늦게 발견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오전 3시가 되자 연세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연세로7길에서 음식점에 식자재를 나르는 2.5t 냉동 탑차가 빠져나와 슬그머니 연세로에 정차했다. 상점 영업에 필요한 업무차량은 서대문구로부터 미리 허가를 받아 오전 10∼11시, 오후 3∼4시에만 제한적으로 통행할 수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인근 음식점의 배달 오토바이들은 턱이 없어진 인도와 차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곡예 운전을 했다.

연세로를 이용하는 시민 대부분은 ‘일반 차량의 통행을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는 시각이지만 상인 일부는 통행금지를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취업준비생 임모 씨(26)는 “새벽 시간대에도 보행자가 많은 번화가의 특성을 감안해 밤과 낮 구분 없이 단속반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48)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이후 손님이 줄었다”며 “오후 9시 이후에는 차량 통행 제한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대문구는 2월까지 계도 기간을 둔 뒤 이르면 3월부터 연세로 진입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 4대를 활용해 통행 제한 위반 승용차에 과태료 4만 원, 승합차에 5만 원을 각각 물릴 계획이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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