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수익률 ―51%서 +70%까지 등락출시 6년만에 누적 ―5% 기록
인사이트 펀드는 주식형 펀드의 광풍(狂風)을 타고 2007년 10월 말 시장에 나오자마자 한 달 동안 4조 원이 넘는 돈을 끌어모았다. 이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직장인들은 점심을 굶고 은행에서 긴 줄을 서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수익률은 반 토막 났고, 투자자들의 눈물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 보기 드문 ‘비운의 펀드’로 불려 왔다.
수익률이 회복되긴 했지만 회사와 창업자의 브랜드 파워를 믿고 긴 세월을 견뎌 온 투자자의 피눈물이 완전히 마르기까지는 아직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인사이트 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에 올랐던 2007년 10월 31일 설정됐다. 이때 미래에셋은 “지역에 상관하지 않고 수익이 나는 곳이면 어디든 투자하겠다”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이 펀드의 설정액은 2008년 초 4조7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국내외 주식형펀드 가운데 대형 펀드의 설정액이 많아봐야 수천억 원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몰려들었는지 알 수 있다.
‘열풍’이 ‘원성’으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펀드의 출시 시점 자체가 워낙 글로벌 증시의 꼭짓점이었던 점도 문제였지만,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를 표방하면서도 중국 주식에만 ‘다 걸기’하다시피 한 투자기법이 화근이 됐다.
인사이트 펀드의 중국 투자 비율은 2008년에 62.6%. 그해 중국 증시의 버블이 붕괴돼 6,000이 넘었던 주가는 2,000 선으로 내려앉았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번졌고 펀드 수익률은 빠르게 미끄럼을 탔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펀드를 내놓았다. 펀드 설정액은 3년여 만에 2조2000억 원대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고 올해 초에는 1조2000억 원대로 떨어졌다.
○ 물가 감안한 실질 수익률은 아직 마이너스
2008년을 제외하면 사실 인사이트 펀드의 수익률은 그리 나쁘지 않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인사이트 펀드의 2009년 이후 5년간 수익률은 116.9%다. 2007년 설정된 해외 주식형펀드 중 두 번째로 높다. 5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도 같은 회사에서 운용하는 글로벌 그레이트 컨슈머 펀드(130.1%)다.
최근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사이트 펀드의 설정일 이후 수익률도 곧 수익 구간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 금리와 운용보수 등을 감안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마이너스 폭이 크다. 같은 금액을 연 3% 수준인 정기예금 상품에 넣었다면 현재 약 16%의 이자 소득을 챙길 수 있었다. 또 지금까지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 수익률은 ―5%보다 훨씬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인사이트 펀드는 한국 자본시장 발전사에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역사에 ‘만일’은 없지만 만일 이 펀드가 2008년의 큰 실패를 하지 않았다면 주식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지금처럼 줄어들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