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명 고용창출에 매년 3억 기부
대기업의 무차별 공세 속에서도 Y-마트는 가격 경쟁력과 성실함으로 지방의 골목상권을 지키고 있다. 김성진 대표(가운데)는 단순히 수성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의 거점인 수도권 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보육원 식구들은 ‘얼굴 없는 천사’가 누군지 궁금했다. ‘잠복근무’ 한 달여 만에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원장과 아이들은 그가 노점상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청년의 ‘과일 기부’는 보육원이 이사 가기 전까지 7년 동안 이어졌다. 청년은 그때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나누면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다시 10여 년 뒤, 청년은 광주와 전남북에 62개 매장을 거느린 유통기업 사장이 됐다. 청년 시절부터 시작한 그의 나눔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매년 3억 원을 지역 사회 곳곳에 기탁하고 5000만 원 상당의 야채와 과일을 사회복지시설에 후원하고 있다. 노인과 결혼이주여성을 채용하는 등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광주 북구 용봉동 Y-마트 본점 2층에 자리한 바람개비 도서관. 김 대표는 나눔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마트 공간을 무료로 제공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김 대표는 대형마트보다 싸면서도 질 좋은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농수축산물은 김 대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고르고 입찰도 직접 한다. 대형마트들이 100원에 구입해 140원에 팔 때 Y-마트는 중간 거래처 없이 구입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110원에 팔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의 경영 방식은 독특하다. 분점을 내려면 반드시 본점에서 2∼3년 동안 사장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은 혹독하다. 매장 청소부터 시작해 배달, 판매, 바이어, 영업 관리 순으로 배우고 하루 14시간씩 일해야 한다. 사장을 하겠다고 10명이 찾아오면 7명은 그만둘 정도다. Y-마트가 ‘창업 사관학교’로 불리는 이유다.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 첫 우승을 이끌었던 이상윤 전 KIA 타이거즈 수석코치(54)도 김 대표 매장에서 일을 배우고 창업한 케이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의 경우 매출액의 일정분을 본사에 납입해야 하지만 Y-마트는 가맹점 수익금을 단 한 푼도 본점에서 가져가지 않는다. 오히려 직원들이 분점을 낼 때 5000만 원에서 1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 준다.
그는 싸면서 품질이 좋은 물건을 팔고 소비자에게 신뢰만 쌓는다면 대형마트와 경쟁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광주 두암점, 양산점 등 7개 매장 맞은편에 기업형 슈퍼마켓이 있는데도 입점을 강행한 것은 바로 이런 자신감 때문이다.
그는 3년 안에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100개 매장을 여는 것이 목표다. 그는 “유통업이라는 게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해야 하는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지만 땀 흘린 만큼 보상을 받는 정직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