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리파이너리는 나무, 유채 등과 같은 바이오 매스를 이용해 바이오 플라스틱이나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기술로 자원이 풍부하고 재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보덴쿨투어대 제공
최근 석유화학산업을 이야기하는 ‘페트로 리파이너리’에 대응해 생명 자원에서 다양한 소재와 연료를 만드는 ‘바이오 리파이너리’가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과 바이오 연료, 바이오 에너지를 만드는 바이오 리파이너리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광합성을 통해 재료를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고 분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적어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 분해 시간 조절되는 플라스틱
그러나 생분해된다는 점은 산업적으로는 큰 단점이다. 유통기한이 짧아 화장품이나 건축자재 포장재 등으로 쓰기 어렵고, 물성이 약해 고추장이나 치즈 등 발효식품 용기로도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의 플라스틱에 바이오 소재를 일정 비율 첨가한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분해 기간을 조절할 수 있고 독성도 없어 칫솔이나 식기류에 쓰이는 등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분해 방식이 다른 바이오 플라스틱도 나오고 있다. 미생물이 거의 없는 사막에서는 기존 바이오 플라스틱조차 생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지역에서는 열이나 자외선에 분해되는 제품이 필요하다. 아랍에미리트가 올해부터 ‘산화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만 수입하게 한 조치도 이 때문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친환경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코카콜라의 경우 2020년까지 모든 용기를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바꿀 계획이고,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도 2015년까지 플라스틱 부품의 50%를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 미생물로 자동차를 움직인다
바이오 연료 하면 옥수수나 사탕수수로 만든 바이오 에탄올과 대두나 유채로 만든 바이오 디젤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식량자원을 낭비한다는 지적과 함께 국제 곡물가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받으면서 목재 폐기물이나 볏짚, 옥수숫대 등 비식용자원과 바다에서 자라는 조류를 이용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최근에는 미생물을 이용하는 기술까지 속속 선보이고 있다. KAIST 이상엽 생명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지난해 대장균 유전자를 조작해 자동차 연료인 가솔린을 만드는 데 성공해 주목받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와 맞물리며 바이오 리파이너리 시장은 2007년 847억 달러(약 90조 원)에서 2012년 1560억 달러(약 165조 원)로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 13%로 페트로 리파이너리 시장 성장률(6.3%)의 2배 이상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은 바이오연료와 바이오 기반 제품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자금을 지원하는 등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생명연 김철호 바이오리파이너리연구센터장은 “바이오 기반 제품은 비슷한 성능의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측면이 있지만 친환경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면서 “석유가 고갈될 미래를 대비해 꾸준한 연구와 투자로 바이오 리파이너리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