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의무자 요청만으로 본인 의사 무시하고 강제입원 강제입원 비율-기간 세계 1위… 감시-감금-약물 강제 투여 환자 인권침해도 참혹한 수준… 정신보건법 이름만 바꾸고 입원기간 줄인다고 해결 안돼
배금자 객원논설위원·변호사
피해자 중에는 갱년기 우울증 모친의 재산을 노린 딸들에 의해 입원당한 사람도 있다. 인권운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아버지가 멀쩡한 대학생 아들을 입원시킨 경우도 있었다. 평온하게 생활하던 중 보호의무자의 요청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응급구조단 차량을 몰고 온 사설 병원 직원들에게 끌려가 정신병원에 감금당한 사람들이다.
이송 전에 정신질환 진단이나 입원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사전 판정도 없다. 민법에서는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되거나 부족한 사람을 위해 후견인을 선임하는 경우에도 본인 의사를 존중하게 돼 있다. 후견인은 법원이 선임하며,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정신병원 등에 격리하는 경우에는 법원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강제입원이 되면 정신보건법에 의해 6개월간 감금이 되고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정신과 약물을 지속적으로 강제투약 당하게 된다. 치료 여부, 치료방법 선택 및 거부 권리, 퇴원 요구 권리도 인정되지 않는다.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전화나 서신도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정신보건법에서 6개월마다 계속 입원 여부를 심사하게 되어 있으나 이는 지극히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서류상 입원 퇴원을 반복하면서 장기 감금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정신병원에서 강제입원을 선호하고 퇴원 요구를 잘 받아주지 않는 이유는 입원 환자 1인당 월 100만∼150만 원이 국가나 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되기 때문이다. 입원환자는 병원의 큰 수입원이다. 정신병원에 장기 감금된 피해자의 상당수는 가족에 의해 유기돼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된다.
국가가 정신병원에 지불한 비용이 2010년 한 해에만도 7800억 원에 이른다. 강제입원 비율이 선진국은 10%, 일본만 해도 30% 수준이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75.9%에 이른다. 입원 기간도 선진국에서는 평균 7∼30일이지만 한국은 200일이 넘는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형 정신병원을 없앴고 정신질환자들을 퇴원시켜 지역사회에 함께 거주하게 하는 탈원화(脫院化) 추세다. 우리는 2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정신병원이 존재하고 강제입원 당하는 환자 수는 늘고 입원은 장기화하는 추세다.
강제입원 당한 환자의 인권 침해도 심각하다. 한 방에 수십 명을 몰아넣기도 하고 폐쇄회로(CC)TV로 밀착 사생활 감시가 계속된다. 쇠창살로 된 쪽방에 감금시키는 경우도 있다. 치료라기보다는 수용소와 다름없는 곳에서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약물 강제 투여,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대우, 약물에 의한 신체 훼손, 가족의 유기행위가 존재할 뿐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른 동물보호 수준만도 못하다.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응급환자로 취급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료진의 판단과 사법적 심사에 따라 적법절차를 거쳐 강제입원이 결정돼야 한다. 정신보건법을 정신건강증진법으로 이름만 바꾸고 입원 기간을 줄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헌법상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 등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현행 강제입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이것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 길이다.
배금자 객원논설위원·변호사 baesan070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