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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동지 2년만에 대척점에 선 두사람… 이제 ‘아름다운 양보’는 없다?

입력 | 2014-01-14 03:00:00

[정국 풍향계, 이들]①박원순vs안철수




《 정치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대척점에 서서 맞대결을 피할 수 없는 ‘맞수’들도 많다. 특히 올해엔 지방선거, 정계 개편의 정치 일정이 예고돼 있다.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정면승부를 펼치게 된 정치인들을 소개한다. 》  

“박원순 변호사는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011년 9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가 유력했던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는 박원순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안 교수의 양보로 ‘아름다운 단일화’가 이뤄진 것이다. 누가 봐도 두 사람은 ‘정치적 동지’로 비쳤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당선 뒤인 2012년 민주당에 입당했다. 자연스레 범야권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안 교수는 지난해 4월 보궐선거로 원내에 입성했다.

2년여가 지난 지금 두 사람의 관계는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다. 안 의원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박 시장이 우리와 함께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박 시장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박 시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再選)에 도전하겠다”며 손을 저었다.

안 의원 측 신당 준비 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의 윤여준 의장은 연일 “서울시장 후보는 반드시 낸다”고 공언하고 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신당을 창당한다면서 지방선거의 꽃인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결국 안 의원의 눈높이가 관건이다. 현재의 구도에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2017년 대통령선거에 맞춰 준비할 것인지에 따라 대응 수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차기 대선을 겨냥한다면 박 시장과 선을 긋고 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2년 전엔 ‘아름다운 관계’만 떠올릴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야권 재편과 차기 대선 구도에서 두 사람이 물러설 수 없는 대척점에 섰다는 것이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안철수 신당’은 죽기 살기로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을 떨어뜨려야 이득”이라고 말한 것도 이 점을 겨냥한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는 “박 시장이 떨어지고 안 의원 측이 호남에서 이기게 되면 민주당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될 것이고 안 의원이 바라는 야권 개편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의 긴박한 기류를 의식한 듯 박 시장은 철저히 몸을 낮추고 있다.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 서울시장 후보는 박 시장에게 ‘재앙’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 11월 관훈토론회에서 “차기 대선에 나설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안 의원에게 ‘나는 대선에 관심 없으니 서울시장 선거를 도와 달라’는 러브 콜을 보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박 시장 측은 두 사람이 ‘동지에서 적으로 바뀌었다’는 관측에 대해 거듭 부인하며 갈등 진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박 시장도 직접 나섰다. 박 시장은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의원과 저는 새로운 정치라는 접점이 있고 신뢰관계가 아직 잘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자주 뵙진 못했지만 기회를 만들어 뵙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 측은 수차례에 걸친 인터뷰 요청에도 “지금도 동지적 협력적 관계라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고만 밝힐 뿐 말을 아끼고 있다.

안철수 캠프는 27일경 창당 세부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 창당에 이르는 로드맵을 공개하겠다는 얘기다. 발표 내용에 따라 박 시장 측을 더 압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야권 일각에선 안 의원 측이 민주당에 서울시장 공천 압박을 통해 경기도지사 등 다른 지역 지분을 따내려는 포석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하지만 ‘공천 빅딜’은 안철수식 새 정치가 아니라는 역풍도 불 것이다. 박 시장과 안 의원의 한판 승부가 임박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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