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주부로 살던 나미는 ‘보여’를 듣자마자 다시 가수의 피가 끓어올랐다. 그리고 17년 만에 ‘나미답게’ 파격적인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섰다. 사진제공|T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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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댄 그렇게 쉽게 웃으며 떠나갔지만
우리 사이 멀어질까 두려워 돌아왔나…
■ 17년만에 신곡 ‘보여’ 발표한 나미
가수 나미는 17년 만에 발표한 신작 ‘보여’의 음반 사진에서 하늘색 머리와 파란색 립스틱, 파란색 아이라인을 하고 있다. 젊은 가수들에게도 파격적인 스타일을, ‘17년 공백의 56세 여가수’가 시도했다. 그러나 이를 ‘의욕 넘친 노장의 과욕’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미 스타일’ 그대로일 뿐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좋은 곡 만난 순간 열병
일렉트로닉 댄스 도전…예전 가창력은 그대로
56세 나이 잊은 파격 스타일도 제법 잘 어울려
한국 대중음악사 투영된 50년 인생은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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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미를 두고 ‘퍼포먼스형 가수’라고 한다면 너무나 아쉽다. 비음이 강하고 허스키하면서도 고음을 자랑하는 나미의 가창력은 너무도 매혹적이다. 나미도 퍼포먼스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음악’ 그 자체라 했다. 나미는 17년 만의 신작에서 자신의 전성기 시절 음악을 답습하지 않고, 일렉트로닉 댄스뮤직(EDM)이라는 최신 음악을 담았다.
“가수는 노래를 남겨야 한다. 마이클 잭슨도 노래를 남기지 않았나.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특별한 모습이나 이미지는 없다. 그저 노래를 남기는 가수이고 싶다.”
나미는 “은퇴라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1996년 이후 활동을 중단하고 주부로서 평범한 생활을 해왔다. 요리 솜씨가 좋아 한 번 맛본 요리는 그대로 재료까지 다 기억해 만들 정도라고 한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온 건 “불면증에 빠트린 노래 때문”이었다. 늘 컴백을 꿈꾸며 ‘좋은 곡’을 찾고 있던 나미는 ‘보여’를 듣는 순간 “30년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장르”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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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의 가수 인생을 찬찬히 살펴보면 작금의 케이팝 열풍과 한국 대중음악의 자화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6세 때 경기도 동두천 미8군에서 노래를 시작한 나미는 중학교 2학년이 되던 1971년 ‘해피돌즈’라는 그룹의 보컬로 활동하며 요즘의 ‘사생팬’ 못지않은 ‘삼촌팬’들을 양산했다. ‘해피돌즈’로 7년간 북미에서 활동하면서 최근 전 세계 팝시장의 강력한 트렌드가 된 ‘케이팝 아이돌’의 모태가 됐다. 이미자와 윤복희의 일대기를 각각 다룬 영화 ‘엘레지의 여왕’, ‘미니아가씨’에서 이미자와 윤복희의 아역도 맡아 연기 활동도 겸했다.
해피돌즈 해체 후 솔로로 활동하던 1980년대엔 ‘변신의 아이콘’으로 가장 화려한 꽃을 피웠다. 록, 댄스, 발라드, 디스코 등 앨범마다 새로운 장르와 스타일을 추구했고, 감각적인 패션과 파격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쯤 되면 나미의 가수 인생은 21세기 한국 대중음악의 축소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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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는 앞으로도 쉬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음악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으로.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