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문화부 차장
메이저리거의 몸값에 대해선 전부터 말들이 많았다. 공정한 룰에 따라 얻은 자랑스러운 부(富)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승자독식이라는 살벌한 이데올로기를 극소수의 성공담으로 미화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조던의 돈’에 관한 가상 논쟁을 소개했다. 농구 황제의 수입에 세금을 왕창 물리자는 쪽은 말한다. 가난한 이들에게 그 돈이 더 절실하다고. 반대쪽에선 이렇게 반박한다. 부자의 돈을 가난한 이에게 나눠주는 건, 그게 로빈 후드든 국가든 결국 도둑질이라고. 논쟁은 이어진다. 조던 혼자서 경기를 치를 순 없다. 맞는 말이지만, 동료 선수와 경기장 관리 노동자 등은 이미 자신의 용역에 대한 대가를 받았고 이는 스스로 동의한 것이다. 농구로 돈 잘 버는 시대에 태어난 건 조던의 공이 아니다. 하지만 조던의 재능이 조던 것이 아니면 누구 것이란 말인가….
어느 쪽이 맞든 상관없이 승자독식은 스포츠 밖의 분야에서도 확고한 룰로 자리 잡았다. 외환위기 이후 80 대 20으로 재편된 한국 사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난 뒤엔 99 대 1로 더욱 갈라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4대 그룹이 30대 그룹 총 순이익의 80%를 차지한다. 중산층 비율은 1990년 74.5%에서 2010년 67.3%로 줄었다. 문화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최고 흥행 배우가 된 송강호는 제작비 72억 원인 영화 ‘관상’ 출연료로 20억 원 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화 스태프의 평균 월급은 60만 원도 안 된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돼 가도록 결과에 승복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도, 52 대 48로 이기고도 패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승자독식의 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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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