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경제부 기자
하지만 올해 원자력의 날 행사를 공동 주관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분위기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원전업계에 대한 따가운 시선 속에 원자력의 날 기념식이 최근 전격 취소됐기 때문이다.
사실 미래부와 산업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160여 명의 포상자를 선정하는 등 원자력의 날 행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꿋꿋하게 추진되던 기념식 개최 계획에 결정적인 찬물을 끼얹은 것은 올 한 해 내내 원전 비리로 홍역을 치른 한국수력원자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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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업계에서는 ‘이러다 아예 원자력의 날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검찰의 원전 수사가 6개월째 이어지면서 한수원 임직원 35명을 포함해 벌써 100여 명이 기소됐지만 아직도 비리 연루자가 계속해 나오면서 도무지 원전 비리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매번 반성과 혁신을 외치면서도 끊어내지 못하는 한수원과 원전업계의 구태들도 이 같은 암울한 전망을 키우고 있다. 한수원은 6월 시험성적서 위조 사태로 1급 이상 간부 전원이 자진 사표를 냈다. 그러나 자진 사표를 낸 임원 간부 중에 비리와 관련해 사표가 수리된 사례는 거의 없다. 한수원이 2급 이상 간부에 대해 퇴직일로부터 3년간 협력업체 취업을 못하도록 비리 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원전 비리에 연루된 직원 70%가량이 3급 이하이기 때문이다.
한수원이 최근 내놓은 ‘경영혁신안’에 대해서도 주위의 평가는 회의적이다. 이번 혁신안은 품질보증실을 ‘품질안전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등 내부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뼈대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 설문조사에서 한수원 직원의 43%가 ‘한수원은 독자적인 기술검수 능력이 없다’고 답할 정도로 한수원의 전문성에 대한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내부 감시 강화만으로 품질서류 위조 등을 잡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유다.
또 최근에는 과도한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팀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지 얼마 안돼 한수원은 본사를 경주시로 이전하는 걸 늦추는 대가로 시민평생학습센터 건립(50억 원) 등 수십억 원 규모의 지원을 경주시에 제공하는 계획을 발표해 구설수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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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경제부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