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때 익힌 노하우 써먹고 있죠”
내년 11월 호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준비를 맡은 H K 홀더웨이 호주 재무부 G20정책국장.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친구들에게 놀림 받던 ‘예스 걸’은 이듬해 교내 영어 발표대회에 나가 전교에서 단 한 명이 받는 우수상을 탔다. 호주 아이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독하게 영어 공부를 한 결과다. 그 뒤로 ‘예스’라는 별명이 더는 들리지 않았다. 이민 32년 만에 내년 11월 호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준비하는 중책을 맡은 H K 홀더웨이(유혜경·43) 호주 재무부 G20정책국장의 이야기다.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G20 서울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찾은 홀더웨이 국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3년 전 한국의 G20 정상회의 개최를 도우며 배운 노하우를 요즘 톡톡히 써먹고 있다”며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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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료들은 처음 G20 준비를 시작하면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해 무척 고생했어요. 하지만 배우는 속도는 정말 엄청났어요. 나중에는 주요 선진국 고위 관료들을 상대로 당당하게 리더십을 발휘하더군요.”
그는 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개혁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이라는 거창한 의제를 목표로 제시하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1년간 집요하게 참가국을 설득하고 서울회의에서 성과를 끌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한 수 배웠다.
3년 전에는 한국 정부가 그의 국제 경험을 필요로 했지만 이제는 그가 한국에서 배운 G20 노하우를 활용할 차례다. 그는 “국제회의는 의제를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며 “호주는 내년 정상회의에서 ‘인프라 투자 확대’를 의제로 설정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이 도로 철도 항만 등의 인프라 부족으로 경제 발전을 하지 못하고 원조에 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세계 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내년 호주 G20 정상회의에서 개발도상국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금을 조성하고 정상 간의 합의문을 만들기 위해 ‘한국 스타일’로 노력하고 있다.
“서양 사람들은 보통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서로를 대하잖아요. 한국은 인간적이고 감성적으로 접근해 큰 성과를 거뒀죠. 그런 따뜻함과 진정성이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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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