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헌재 재판관 시절 월 400만 원의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개인 용도로 쓴 정황이 논란을 빚자 사퇴했다. 특경비란 수사 감사 예산 등 특정한 업무 수행에 들어가는 경비를 조직 또는 사업 단위별로 편성하도록 한 나랏돈이다. 공직자의 불투명한 예산 집행과 도덕적 해이가 문제되자 기획재정부는 ‘특경비는 지출 증빙 첨부가 곤란한 경우 지급 명세에 일자 금액 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라’고 2월 1일 각 기관에 통보했다.
감사원이 참여연대의 12개 기관 특경비 감사 청구에 따라 감사한 결과 헌재와 대법원 국회 경찰청의 특경비 지출이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는 정부 지침이 내려온 다음인 올 1분기에도 재판부 운영비, 판례 심사 활동비 등 4개 항목 집행액 1억6549만 원 중 59.6%를 부실하게 관리했다. 같은 기간 대법원도 27억7230만 원 중 79.8%를 경비 집행의 정당성을 알 수 없는 현금수령증 등으로 처리했다. 국회도 5억6778만 원을 증빙자료 하나 없이 지출 내역서만 제출했다. 경찰청은 특경비 월정액 한도 3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법정수당으로 바꾸지 않아 소득세법을 위반했다.
감사원과 기재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단초가 된 헌재, 이 후보자를 낙마시킨 국회는 물론이고 대법원과 경찰청까지 비정상적 관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무슨 배짱인가. 힘센 기관들의 비뚤어진 특권의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