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대 길거리 상권’의 탄생과 발전… 비씨카드 매출액 통해 분석해 봤더니
“예전에 맛본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좋아 계속 찾아요. 그런데 요즘 많이 변한 것 같아요.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랑 화장품 가게도 생기고….”
삼청동은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 플레이스’라 불리는 거리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삼청동길(진선북카페∼정암아트갤러리 840m)과 함께 가로수길(신사동 주민센터∼기업은행 신사동지점 660m), 상수동길(홍익대 정문∼상수역∼합정역 1.5km), 경리단길(경리단 입구∼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920m)이 서울 ‘4대 길’로 꼽힌다.
○ 예술이 흐르는 길 위로 사람이 모이다
4대 길은 서울에서 가장 변화가 두드러진 곳이다. 강남역, 명동과 비교했을 때 4대 길의 성장 추세는 뚜렷하다. 삼청동길의 올해 6월 기준 비씨카드 가맹점 수는 전년 대비 23.9% 증가했다. 가로수길 가맹점 수는 전년 대비 27.6%, 상수동길은 31.6%, 경리단길은 22.8% 각각 늘었다. 반면 올해 3월 기준(신한카드 가맹점 수)으로 강남역은 전년 대비 12%, 명동은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4대 길의 현재 성장 속도는 제각각이다. 삼청동길 가로수길 상수동길 경리단길 순서로 주목받았다. 삼청동길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다. 가맹점은 증가했지만 성장세는 꺾인 것이다. 같은 기간 가로수길은 10.1%, 상수동길은 12.3% 매출액이 늘었다. 경리단길의 매출액 증가율은 22.6%. 현재 가장 뜨는 길이다. 특히 경리단길은 연 매출 10억 원 이상 가맹점 수가 지난해보다 20% 증가했다. 대형 가맹점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삼청동은 원래 한옥과 작은 갤러리가 모인 조용한 동네였다. 지난달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삼청동에 들어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2005년경, 서서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연예인들이 인터뷰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돈도 모였다. 본격적인 상업화가 시작된 것. 갤러리들은 점차 레스토랑과 옷가게에 밀려났다.
○ 사람 따라 맛과 멋이 모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젊은 소비층은 주로 저녁에 모인다. 저녁 상권은 ‘먹자 상권’이 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먹을 곳이 자리를 잡으면 패션 업종이 늘어난다. 현재 옷 가게가 늘고 있다면 한창 뜨고 있는 길이란 의미. 신규 가맹점의 업종별 비율을 보면 경리단길은 2011년 7.4%였던 의류업종 비율이 올해 15.6%로 2년 만에 2배를 넘어섰다.
서울의 길들과 비슷한 양상이다. 문제는 서울은 상업화가 너무 급하게 이뤄졌다는 것. 문화지리학 박사인 김이재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런던에서 20년 동안 이뤄진 상업화가 서울에서는 2년 만에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서울에서는 어떤 길이 뜨면 2, 3년 안에 모두 비슷한 모습으로 바뀌어 버린다. 어딜 가도 똑같다면 그때는 더이상 굳이 그곳에 갈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