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년 朴캠프 핵심인사 104명 현주소]
대선1년, 朴캠프 핵심인사 104명 현주소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첫해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언제든 ‘구원투수’로 투입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대선 핵심인사 104인 중 32명만 임명직을 맡은 건 대선 보은 인사가 많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남은 4년여 동안 아직도 남은 보은 인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언제든 이들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 외교·안보, 복지, IT 행추위 요직 진출
이 분야들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준비해온 외교·안보 분야, 원칙 있는 자본주의와 고용-복지 선순환을 준비해온 복지 분야, 창조경제를 준비해온 IT 분야 등 박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오랫동안 공들인 분야들이다. 금융, 주택, 농업, 문화 분야 등도 행추위 출신들이 상당히 약진했다.
대선 당시 조직으로 보면 행추위와 특보단, 국민대통합위 등은 꽤 많은 이가 임명직을 맡은 반면에 선거대책위원회와 함께 정치쇄신특위, 종합상황실, 공보단은 임명직을 많이 받지 못했다. 정치쇄신특위는 위원장이었던 안대희 건국대 로스쿨 석좌교수, 그와 함께한 남기춘, 이상민 변호사가 외부에 있다. 공보단도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과 백기승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만, 종합상황실은 권영세 주중대사만 임명직을 받았다.
이 역시 대선 이후 국정운영 상황과 연결된다는 분석이 있다. 대통합위 위원들은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에 상당수 포함됐고, 행추위와 특보단 인사들은 청와대나 내각에 합류했다. 반면 정치쇄신특위의 경우 박 대통령이 정치 영역과는 거리를 두면서 대선 때 약속한 국가지도자연석회의, 기회균등위원회 등 정치 관련 회의체들이 구성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새 정부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선거 때 필요했던 공보단과 종합상황실 조직도 선거 이후 자리를 찾지 못했다.
○ 집권 후 원로-관료 중용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대선 때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었을 뿐 별 역할이 없었다. 대선 기간 박 대통령과의 연락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대선 때 거의 역할이 없다가 초대 비서실장으로 낙점됐다.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도 대선 때는 원로 역할에 머물렀다.
이처럼 대선 때 한 발자국 뒤에서 대통령을 돕던 원로 그룹이 대선 후에 고위직에 발탁된 경우가 꽤 있다. 미래지향적인 이미지가 중요한 대선 정국과 경륜이 중요한 국정 운영의 괴리가 발생한 결과라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임명직은 아니지만 원로인 서청원 의원이 대선 이후 당의 중심을 잡기 위해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것도 비슷한 상황이다.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 백승주 국방부 차관 등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지는 오래됐으나 대선 때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숨은 고수’들도 몇 명 있다.
그러나 대선 전후 인물이 교체된 가장 큰 원인은 대선 후 관료들의 대거 중용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정권 초반 공무원들에게 본인의 국정철학을 잘 전달하고 싶어 관료 출신을 대거 임명했다. 관료나 연구원 출신들은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때문에 캠프에는 합류하기 힘든 것이 대선 때 합류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수첩 인사’의 풀이 줄어들자 최근에는 자신이 잘 모르더라도 외부의 추천을 받아서 강화된 평판검증을 통과한 인사들을 임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박준우 정무수석, 황찬현 감사원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그런 사례다. 그러다 보니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의 소외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