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로 2년 만에 돌아온 칸의 여왕 전도연
사기꾼에서 평범한 아줌마로, 또 검객으로 작품마다 완벽하게 변신하는 전도연의 평소 모습은 단아하면서도 귀티가 났다. 왜 그를 ‘천의 얼굴’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년의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그를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냥 아줌마 역할이죠, 어디 가도 볼 수 있는 애 있는 아줌마. 영화 ‘밀양’ 찍을 땐 미혼이고 아이도 없어서 모성애 연기에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연기에 디테일이 많이 늘었죠.”
“연기하면서 답답하고 화도 많이 났어요. 정부의 무관심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가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무서웠죠. 만약 제가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관심을 쏟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영화는 실화 ‘장미정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실화의 주인공이 촬영 전 고사에 참석했지만 전도연은 그와 먼발치에서 눈인사만 나눴다. “실제 주인공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어요.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그분을 만나는 게 두려웠어요.”
연기의 절정은 프랑스 법정에 서서 피고인 최후진술을 하는 장면이다. 송정연은 2년 만에 처음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전도연은 복받쳐 오열하기보다 감정을 꾹꾹 누르고 차분하게 프랑스어를 내뱉는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방은진 감독님은 법정 장면에서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송정연을 원했지만, 저는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때로 현실은 영화보다 더 냉정하잖아요. 슬픔과 회한의 감정도 있겠지만, 매 순간 살아남기 위해 현실에 적응하려 발버둥치다가 결국은 성숙해진 정연을 보여주고 싶었죠.”
전도연은 요즘 내년 개봉을 목표로 무협액션 장르의 사극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을 찍고 있다. 올여름 내내 액션 스쿨에서 살았단다. “‘전도연이 액션을?’ 하고 의아해하시는 분들 많겠지만, 제 안에 생각보다 액션의 피가 많이 흘러요. 촬영 현장에서 와이어도 잘 탄다고 칭찬 많이 받는걸요. 아름다우면서도 감정이 느껴지는 액션을 보여드릴게요.”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