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 80년대 국내 전자 산업의 수출은 주로 TV와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백색가전에 의존했다. 후발주자로 전자 산업에 뛰어든 삼성전자 역시 수출을 통해 이 분야의 경쟁력을 쌓는 데 주력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끝난 직후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전자제품 수출 강국으로의 변신을 모색한다. 당시 삼성전자 총매출액은 3조282억 원이었는데 수출이 2조1000억 원으로 내수 9000억 원의 2.3배에 달했다.
1990년대의 수출은 백색가전 외에도 ‘산업의 쌀’로 불리는 D램과 S램 등 메모리반도체가 주도했다. 나아가 1994년부터 삼성전자는 ‘월드 베스트 전략’을 추진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화를 추진했다. 실제 D램, S램, 플래시메모리 등 반도체와 CDMA 휴대전화 등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 결과 1995년 삼성전자는 국내 단일 제조업체로는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 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2000년대는 정보기술(IT) 분야가 수출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위 스마트폰 강국으로 자리 잡은 데에도 삼성전자를 위주로 차근차근 쌓은 해외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이 밑거름이 된 것이다.
2008년 제45회 무역의 날에는 삼성전자가 수출 540억 달러로 단일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500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또 2011년도에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인 ‘650억 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다. 첫 휴대전화 수출 이후 14년이 흐른 지난해 삼성전자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35%)에 올랐고 관련 수출액(추정)은 8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삼성전자의 생산기지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수출의 의미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해외 매출이 급속하게 성장하며 2008년 이후 전체 매출의 8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2011년도 해외 매출이 처음 10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20조 원에 이르렀다. 관련 업계는 삼성전가가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분의 1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1971년 이후 40년 넘게 추진해 온 수출 중심 정책의 달콤한 열매인 셈이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