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 3호기가 재가동 6개월 만에 고장으로 다시 멈췄다. 고장 난 곳이 원자로가 만든 증기압을 회전력으로 바꾸는 터빈 쪽이어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고리 1호기에 이어 한빛 3호기까지 멈춰 서면서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7기가 가동중지 상태다. 이에 따라 630만 kW의 전력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본격적인 겨울 추위를 앞두고 ‘전력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설명해도 원전 고장 소식은 국민을 이중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원전 안전 자체와 부족한 전력 걱정이다. 한빛 3호기는 지난해 11월 정기점검 중 원자로 헤드에서 결함이 발견돼 6월까지 수리를 한 뒤 재가동한 것이다. 지난달 가동 정지된 고리 1호기는 2개월 만에 또 멈춰 섰다. 2004년 이후 현재까지 발생한 원전 고장은 154건으로 한달에 1.3건꼴이다.
재작년 ‘9·15 정전’은 한국전력거래소의 허위보고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도 그제 법원 판결로 확인됐다. 전력거래소는 설립 이후 12년간이나 ‘즉시 가동할 수 없는 발전기’의 용량까지 포함시켜 예비전력량을 산출하고, 이를 정부와 한전에 보고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9·15 정전 당시에도 실제 예비전력은 0kW였지만 지식경제부는 이런 사실조차 몰랐다. 당시 순환정전으로 겨우 위기를 넘겼지만 모든 발전소가 일시에 멈추는 ‘블랙아웃’ 직전의 아찔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매년 겨울과 여름을 아슬아슬하게 넘길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는 전력 공급을 늘려야 하며 안전성을 전제로 한 원전 비중 확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원전만큼 깨끗하고 값싼 발전 방식도 없기 때문이다. 전력요금을 현실화하고 에너지 소비효율을 높이는 수요 관리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