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어제 4인 협상을 가졌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내놓지 못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자자한 상황이라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오늘 다시 4인 협상을 이어간다고 하니 기대를 접진 않겠다.
지금 한국이 처한 국내외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방공식별구역 문제 등을 둘러싸고 동북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경제 상황도 심각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외교안보 문제에 대처하고 지혜를 모아 경제 살리기, 일자리 만들기, 민생 보듬기에 최선을 다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정치권은 되레 관련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훼방꾼으로 전락했다.
국회는 올해도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했다. 11년째 습관성 위헌의 반복이다. 올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기면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더구나 여야는 야당이 제기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놓고 정쟁에 골몰하느라 정기국회 3개월 동안 단 한 건의 법안조차 통과시키지 못했다. 여야 간 갈등이 지금 못지않았던 이전에도 없었던 일로 이만저만한 직무유기가 아니다.
미디어리서치의 지난달 30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91.1%가 국회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심각한 국회 불신이다. 이래도 여야는 정국 정상화를 바라는 민심의 소리를 외면할 것인가. 국회 운영과 정치를 책임진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는 오늘 배수진을 치고 합의를 이끌어내 국회 정상화, 나아가 국정 정상화의 물꼬를 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