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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힘… 中 10년새 우주개발 빅3로

입력 | 2013-10-16 03:00:00

■ 중국 유인우주선 발사 10주년




2003년 10월 15일 오전 9시 중국 간쑤(甘肅) 성 주취안(酒泉) 위성발사센터.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 공군 중령을 태운 선저우(神舟) 5호가 창정(長征) 2호-F 로켓에 실려 하늘로 솟아올랐다. 중국 첫 유인우주선 발사가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당국은 실패를 우려해 당초 검토했던 TV 생중계도 취소할 정도로 긴장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중국은 더이상 우리의 머리 위에서 다른 나라 위성들이 마음대로 지나다니는 것을 쳐다만 보는 약자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15일로 중국이 유인우주선 발사 10년을 맞았다. 미국과 러시아는 1961년 첫 유인우주선을 발사해 42년 늦었다. 하지만 중국은 빠르게 격차를 좁히며 우주 굴기(굴起)를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이 발사에 성공한 유인우주선은 올해 6월 선저우 10호를 포함해 5기에 이르며 8명의 남성, 2명의 여성 우주인을 배출했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우주정거장과 우주선 간 도킹에 성공했다. 올해 12월에는 월면차를 실은 창어(嫦娥) 3호를 발사해 본격적인 달 탐사에도 나선다. 2023년에는 독자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2030년에는 달에 기지를 건설하는 등 행보에 거침이 없다.

중국의 우주 공략은 국영기업인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中國航天科技集團公司 ·CASC)를 통해 이뤄진다. 군이 직접 통제하는 구조다. 예산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해 ‘중국 유인 우주개발 공정’의 우핑(武平) 대변인이 1992년 유인우주선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약 390억 위안(약 6조8000억 원)을 투입했다고만 밝혔다.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이 2012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발사체 수 기준)의 로켓 발사국이 된 것도 ‘돈의 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냉전 이후 우주 공간을 독식해 왔던 미국은 예산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은 2011년 마지막 우주왕복선을 띄운 뒤 차기 계획조차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중국이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을 완료할 때쯤이면 지금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수명을 다하게 된다.

중국의 우주 공정은 국력 과시뿐 아니라 경제와 군사 부문의 선순환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해군대학 조안 존슨 프리스 교수는 “우주 개발에서 선두를 달린다는 것은 중국이 ‘짝퉁 명품’이나 만드는 나라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지난달(언론 발표일 기준) 우주 폭격기로 쓰일 수 있는 소형 왕복우주선 아오톈(오天) 1호의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은 우주 무기 개발이 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7월 중국과학원을 방문해 “양탄일성(兩彈一星) 정신과 유인우주 개발 정신을 드높이자”고 말했다. 양탄일성은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인공위성을 뜻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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