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분위기 살리는 보조역할 탈피… 영화-드라마 주연급 조연으로 활약연기력 강조… ‘뽀뽀뽀’식 연기 안통해스타급 출연료 회당 500만원 넘어
위쪽부터 영화 ‘소원’의 이레(소원 역), 영화 ‘감기’의 박민하(미르 역), 영화 ‘7번방의 선물’의 갈소원(어린 예승 역), 영화 ‘화이’의 여진구(화이 역), 영화 ‘뫼비우스’의 서영주(아들 역). 롯데엔터테인먼트·CJ E&M·뉴·쇼박스
방송에서도 아역 배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KBS ‘굿닥터’의 배경은 소아외과 병동이며, SBS ‘수상한 가정부’에는 4남매가 주요 배역으로 등장한다. 극 중 큰딸 한결 역의 김소현은 14세, 막내 혜결 역의 강지유는 5세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주인공도 다섯 명의 아이들이다.
예전엔 아역이 극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양념’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역 전문 에이전시인 TI엔터테인먼트 김신영 이사는 “‘7번방의 선물’과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성공을 계기로 아역의 비중이 커졌다”며 “50부작 드라마의 경우 아역 배우가 맡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 연기 분량이 10%에서 20% 정도로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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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배우의 비중이 커지면서 촬영 현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성폭행 피해 아동의 이야기를 다룬 ‘소원’의 경우 아역 배우가 정서적으로 충격을 받지 않도록 아동 성 전문가가 촬영 현장에 동행해 대본을 설명했다. 또 촬영 전 과정에 걸쳐 아동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도록 했다. ‘소원’의 성창연 프로듀서는 “아역 배우의 연기가 영화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편안하게 촬영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레에게는 별도의 연출팀과 연기 강사를 두었다”고 전했다.
아역 배우의 출연료도 많이 올랐다. 일부 스타급 배우는 미니시리즈를 기준으로 회당 500만 원 이상 받는다. 이는 조연급 중견 연기자 수준이다. 신인 아역 배우는 회당 30만∼50만 원, 경력이 있는 아역 배우는 70만∼1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아역이 연기학원이나 에이전시를 통해 캐스팅이 이뤄져 출연료의 20∼30%는 소개비로 빠진다.
스타급 아역 배우들은 대형 기획사와 계약을 맺는다. 김유정(‘해를…’ ‘메이퀸’) 김소현(‘너의 목소리…’ ‘수상한 가정부’) 서신애(‘여왕의 교실’ ‘돈의 화신’)는 싸이더스HQ, 박지빈(‘메이퀸’ ‘돈의 화신’)은 키이스트, 김새론(‘여왕의 교실’, 영화 ‘아저씨’)은 판타지오, 김향기(‘여왕의 교실’)는 나무엑터스, 진지희(‘해를…’ ‘불의 여신 정이’)는 웰메이드E&T 소속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연기 전문 기획사들은 가능성 있는 아역을 발굴해 일찍부터 계약을 맺고 관리하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