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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Korea ‘World Music’

입력 | 2013-10-01 03:00:00

브라질 인도 몽골 아랍의 음악… 한국에서 한국인의 손과 입으로
3∼6일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국내외 실력파 뮤지션들 한자리에




3인조 인도와 몽골 음악 연주그룹 ‘어쿠스틱 월드’가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왼쪽부터 이정훈(마두금, 얼후, 허미), 구성모(타블라, 더프), 박재록(시타르). 어쿠스틱 월드 제공

“저희가 함께 ‘서울슈퍼유럽연합’을 만들었어요. 유럽 음악을 하는 이들을 규합해 점점 키워 나갈 생각입니다.”(야야)

지난달 29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공연장 벨로주 무대 위는 마치 유럽의 방랑 가객들이 모인 것처럼 보였다. 만돌린과 아코디언의 애수 어린 연주가 현악4중주와 겹치며 장내는 이국적인 선율과 음향으로 가득 찼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야야의 2집 발매 기념 콘서트 무대에 아일랜드 음악 듀오 ‘바드’(박혜리 김정환)가 함께 오른 것이다. 무대 위에서 동양적인 선율과 집시 음악의 분위기, 클래식의 화성이 한데 어우러졌다. 흔히 말하는 ‘월드뮤직’이지만 여러 지역의 음악이 한국 사람 손과 목소리로 한데 엉키니 새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국내 월드뮤직계가 혼종 실험으로 뜨겁다. 라틴 음악 위주였으며 그나마 현지 음악 그대로를 소비하는 것 위주였던 국내 월드뮤직 붐이 3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직접 연주하며 생산에 뛰어든 게 2단계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서로 다른 여러 지역 음악을 혼합하는 적극적인 혼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집 앨범을 낸 3인조 밴드 어쿠스틱 월드는 인도 음악과 몽골 음악을 섞어 연주한다. 악기 편성부터 ‘짬뽕’이다. 몽골 현악기인 마두금이 인도의 타악기와 현악기인 타블라, 시타르와 얽혀 만들어 내는 화학작용이 듣기에 오묘하다.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서 중동풍 음악을 하는 한국 밴드 수리수리마하수리와 한판 섞였다.

어쿠스틱 월드에서 마두금을 연주하는 이정훈 씨는 “마두금 연주는 이국적인 음색을 찾다 시작했지만 이제 전통음악 전승에만 집중하는 본토와 달리 인도와 몽골 음악을 접목하는 우리 팀처럼 새로운 시도들이 제3국인 한국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최근 데뷔 앨범을 낸 9인조 밴드 로스 아미고스도 장르 구분이 모호하다. 이들은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맞닿는 쿠바 음악과 브라질 음악을 곡마다 오간다. 쿠바 악기인 트레스와 팀발레스가 다양한 타악기들과 어우러진다.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국내에 월드뮤직 붐이 움틀 당시에는 감상과 음반 수집이 주된 소비 형태였다. 악기는커녕 음반 한 장 구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이후 온라인·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쇼핑과 유튜브, 팟캐스트 같은 여러 채널을 통해 악기를 구입하고 연주법을 배우기 쉬워지면서 동호회 수준을 넘은 연주 그룹이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틴 음악 위주이던 월드뮤직 소비와 생산의 범주도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중미권 음악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월드뮤직이 다양해짐에 따라 대외 교류의 장도 넓어지고 있다. 3∼6일 열리는 제7회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는 세계의 음악을 연주하는 국내외 실력파 음악인들을 한꺼번에 만나 볼 수 있다. 지난해에 여기 신설된 음악견본시인 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APaMM·에이팜)은 올해 규모가 더 커졌다. 에이팜 운영홍보팀의 김미소 대리는 “올해 세계 10대 월드뮤직 페스티벌 기획자가 방한하는 등 국내외 양방향 참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