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1955∼)
미나리와 비슷하게 습지 따라가거나
잎과 줄기를 삶아 먹기 때문에 나온
미나리아재비란 이름에는 마흔 살의 흠집이 먼저다
제 이름 없이 더부살이한다는 의심이 먼저다
다섯 장의 꽃잎이 노란 것도
식은 국물같이 떠먹기 쉬운
약간은 후줄근한 아재비란 촌수 탓이다
저 풀의 독성이란 언젠가 다시 켜보려는 붉은 알전구들
돌아갈 수 없는 열정이
저 풀을 이듬해에 또 솟구치도록 숙근성으로 진화시켰다
노란 꽃 찾는 꿀벌의 항적(航跡)도 명주나비 얼룩무늬도
미나리아재비 살림의 쓴맛 단맛
막무가내 번식하는 미나리아재비 군락을 지나간다면
일장춘몽 쓸개는 곰비임비 햇빛에 널어라
양지에 피어난 것이 어디 미나리아재비뿐이냐
누구를 기다리지도 않고 누군가 다가오지도 않는
마흔 살 너머!
송재학 시에서는 뭐 하나라도 배우는 게 있다. 이 시를 읽으면서도 미나리아재비가 삶아 먹어도 되는 식물이라는 것, 햇빛 잘 드는 습지에 무리 지어 자란다는 것, 번식력 왕성한 여러해살이 풀이라는 것 등을 알 수 있다. 그런 미나리아재비를 불러내 마흔 살 고비를 넘어가는 사람, 남자의 감상을 담았다. 의미를 산문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리듬감 있는 문장으로 이어가는 이 솜씨! 은근하고 깊은 맛이 있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