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의 달인/구효서 지음/296쪽·1만2000원/문학동네
작가가 출근하듯 도서관에 나가 매일 예닐곱 장씩 써내려갔다는 수록 작품들은 유한하고도 불가해한 삶에 대한 성찰과 그 의미에 대한 자기질문의 기록이기도 하다. 전작 소설집에서 두드러졌던 죽음과 소멸의 이미지가 신작에는 많이 누그러진 느낌이다.
표제작 ‘별명의 달인’에서 주인공은 아내가 갑자기 집을 나간 뒤 옛 친구를 찾아간다. 학창시절 친구들의 본질을 꿰뚫어 꼭 맞는 별명을 지어줬던 친구다. 주인공은 이 친구를 만나면 아내가 자신을 떠난 이유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지만, 친구 역시 아내가 ‘베아뜨리체’라는 별명을 버리고 떠나버려 홀로 남겨져 있다. 타인에 대한 자기중심적 이해와 규정에 대한 반성으로 읽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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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