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연구단 14명 5년간 작업
통신사 일행이 배를 타고 일본 쓰시마(對馬) 섬에 도착하면 일본 지식인들이 통신사의 숙소로 찾아와 교류했는데 이들의 방문은 통신사가 에도(江戶·지금의 도쿄)까지 가는 동안 계속됐다. 한문학을 전문적으로 익힌 지식인이 적었던 일본에서 조선 지식인의 문장과 서화를 귀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통역은 역관이 맡았지만 한일 지식인들의 개인적인 소통은 한문 필담으로 이뤄졌다. 필담 중에서 특히 한시를 주고받은 것을 창화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통신사 일행과 나눈 필담을 따로 정리해 책으로 출판했는데 이것이 필담창화집이다. 필담창화집의 내용은 한시, 의학, 외교, 관상, 풍습, 역사의식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1607년 1차 사행부터 1811년 마지막 12차 사행에 이르기까지 200여 년에 걸쳐 출판돼 한일 교류의 변화상을 알 수 있다.
광고 로드중
허 교수는 “필담창화집은 임진왜란 이후 한일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의 기록인 만큼 번역총서 출간이 동아시아 교류사 연구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필담창화집과 통신사의 사행록을 묶어 한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허 교수는 “200여 년에 걸친 두 나라의 문화 교류를 샅샅이 기록한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고 국가 간 평화 유지에도 시사점을 주는 만큼 세계기록유산으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