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라노 조수미, 9월 14, 15일 서울 올림픽공원서 파크콘서트
소프라노 조수미는 강아지 세 마리, 앵무새, 거북이와 함께 산다. 그는 “주변에 사람 형상을 한 친구가 없다 보니 트위터, 페이스북이 사실상 친구”라면서 “음악이라는 섬에 갇혀서 SNS를 통해 현실세계와 소통한다”고 말했다. 크레디아 제공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그는 ‘여름’ ‘해변’ ‘사르데냐’ ‘휴식’ ‘휴가’라는 태그를 달아놓았다.
소프라노 조수미(51)는 휴가 중이다.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지 올해로 30년. 유학 첫해부터 지금껏 같이 살며 그를 돌봐주는 이탈리아인 미나 할머니와 동행했다. 20일 사르데냐 섬에서 전화를 받은 조수미는 한껏 밝은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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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9월 7일 ‘아리랑 대공연’(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안숙선 명창과 아리랑을 부르고, 같은 달 14, 15일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파크 콘서트(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무대에 선다. 콘서트 출연자 명단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다.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양요섭(23).
“제가 섭외했어요, 요섭이. 클래식이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10, 20대들이 요섭이를 보려고 음악회에 올 수 있으니까요.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듯이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제 의무라고 생각해요.”
그는 유튜브에서 양요섭이 ‘엄마’라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봤는데, 그 감정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했다. 지난해 어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다고 털어놓은 조수미는 세계 어느 곳에 있든 한국 시간으로 오후 6시 반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다. 그래서 어느 나라를 가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시차를 계산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이제 많은 부분을 기억하지 못해 안타까워요. 요섭이도 콘서트에서 ‘엄마’를 부르겠지만, 저도 어머니와 그 또래의 어르신들을 위해 한복을 입고 민요를 부를 거예요. 고향, 향수, 그리움, 어머니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는 곡으로 꾸미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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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원 시절, 교수님들이 ‘두 사람 목소리가 참 닮았다’고 많이 얘기하셨어요. 서로 소위 말해서 ‘떴다’고 한 뒤에는 거의 만날 일이 없었는데, 체칠리아가 ‘역사적 음반에 네가 필요하다’면서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해 왔어요. 세계 최고의 성악가가 수많은 짱짱한 성악가들 중에 옛날 친구를 인정하고 찾았다는 게 감동적이었죠.”
이번 앨범에서는 보통 소프라노가 맡는 여제사장 노르마와 메조소프라노가 하는 여사제 아달지사의 역할을 서로 바꿔 불렀다는 점이 특이하다. 바르톨리가 벨리니의 자필 악보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역할 교체에 대해 찬반이 분분해요. 저도 2000년에 크로스오버 앨범 ‘Only Love’를 냈을 때 클래식 음악계에서 비판을 받았지만, 100만 장이 팔렸어요. 예술가는 자신의 믿음대로 나아가면 돼요. 확신을 가지고 도전하고, 그 책임을 지면 돼요. 도전하는 건 아름다운 일이잖아요.”
조수미는 바쁜 스케줄을 쪼개 재활병원과 양로원에서 노래하고,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자원봉사도 한다. 그는 “인권이 짓밟힌 곳에서는 노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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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