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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쟁점 ‘책임규명’ 한발씩 양보… 마지막 회담서 대타협

입력 | 2013-08-15 03:00:00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타결 내용-개성공단 미래는




“늦었지만 다행” 14일 오후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제7차 남북당국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정상화촉구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한재권 비대위원장(앞줄 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제7차 남북 실무회담이 14일 타결됐다.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제한 조치를 일방적으로 내린 4월 3일 이후 133일 만이고, 7월 6일 판문점에서 1차 회담을 시작한 이후 39일 만이다.

4월 8일 북한이 북측 근로자의 철수와 가동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벼랑 끝으로 몰렸던 개성공단 사태는 극적인 남북 합의로 정상화의 길로 U턴하게 됐다.

○ 북, 공단 폐쇄 가능성에 자존심 굽혀

자존심을 중시하는 북한이 7차 회담에서 그동안의 요구사항을 철회하고 전향적으로 나온 데에는 정부의 단호한 원칙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대북 인도적 지원 발표와 함께 내놓은 제7차 회담 제의에 대해 11일 동안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이달 7일 오후 3시 정부가 공단 폐쇄의 첫 단계로 인식돼 온 경협보험금 지급을 발표하자 1시간 만인 오후 4시 침묵을 깨고 ‘14일 회담을 갖자’고 전격 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예고한 대로 ‘중대 결단’을 단행할 조짐이 보이자 서둘러 반응을 보인 셈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14일 회담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핵문제 등을 국제사회와의 대화로 다시 풀어 나갈 단초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라며 “이번 정상화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수준의 경제 지원으로 이어지길 기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연초부터 정전협정·남북불가침선언의 무효화를 선언한 뒤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고조시켜 대남, 대미 협상력을 키우는 전략을 시도했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긴장 격화에 대해 경고를 받고 박근혜 정부도 북한의 의도와 달리 ‘공단 폐쇄 불사’라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그 계획이 헝클어지고 말았다.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 오히려 벼랑 끝에 몰리게 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남북관계를 극한까지 몰아가기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정권 기반이 아직 취약하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의 합의에 따라 입주기업들의 개성공단 방문과 설비 점검, 재가동을 위한 수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웅 회담 남측 수석대표는 “공동위원회 합의서가 타결되면 가동이 재개될 텐데 제도적 장치 마련과 기업들의 설비 점검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로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 이를 위해 노무 세무 임금 보험 등 관련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키며 판로 확보 및 해외 투자설명회(IR)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당초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성공단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려고 날짜까지 잡았으나 통행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 ‘재발 방지, 책임 규명’에서 접점 찾았다

이날 회담에서는 최대 쟁점이었던 재발 방지 및 책임 규명에서 남북 모두 한 걸음씩 물러서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파행으로 끝난 7월 25일 6차 회담까지 북한은 “남측은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고 담보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가동 중단 책임은 북한에 있다. 이에 따른 입주기업들의 피해도 보상하라”고 맞섰다. 실제 6차 회담에서 교환된 북측 합의문 초안에는 책임 소재의 주어가 ‘남측’, 남측 초안에는 ‘북측’으로 명기돼 있었다.

14일 최종합의문은 ‘남과 북은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라고 밝혀 남북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절충안이 됐다. 이에 대해 “정부가 원칙을 양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 당국자는 “협상기법상 주어를 병기했을 뿐, 파행의 책임이 북한에 있는 건 누가 봐도 명백하다”고 해명했다. 또 기업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데 대해 “북한이 남북 교류협력 기업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다고 동의한 것 자체가 최초의 일”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공동위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민간기구)’와는 별개의 조직으로 남북 당국 간 상설협의기구 형태가 될 예정이다. 남북은 2004년 ‘개성공업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으나 합의서에 명기된 출입체류공동위원회를 아직까지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또 2003년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으나 행동에 옮기지 못해 분쟁절차 보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는 ‘남북 간 위원회는 설치 합의보다 그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 처리할 과제 적지 않아

개성공단 정상화의 길이 탄탄대로일지는 여전히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이런 결과물이라면 7차 회담까지 끌어야 할 이유가 있었느냐’라는 비판이 정부 일각에서도 나온다. 남북은 사실상 4차 회담 이후 재발방지와 책임소재의 주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문에는 북한의 약속 이행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또 합의문을 서명한 주체가 국장급이어서 ‘책임 있는 당국자로 적절하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아울러 19일부터 27일까지 한미 연합 을지포커스가디언(UFG) 연습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군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요구가 빗발치면 합의에도 불구하고 출입 차단 등 북한의 일방적 조치가 또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그렇게 된다면 한국 정부로서도 완전 폐쇄를 선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 국제화도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국제화하려면 근로 조건과 임금 수준도 국제 기준에 맞춰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매달 120달러(약 13만 원) 안팎인 임금을 대폭 인상할 경우 단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입주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개성공단공동취재단·조숭호·김철중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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