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경찰 인력난 여전… 현장치안 구멍
13일 오후 일손이 모자란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에서 김승환 순경이 사건 접수를 하면서 동시에 지령을 내리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무전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10일 0시 17분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상황 근무자인 배진우 경사는 순찰차를 호출하며 연신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홍익대 앞 놀이터에서 취객이 소주병을 깨고 행인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출동할 순찰차가 없었다. “다들 사건 처리하느라고 바빠요.” 순찰차 번호와 출동 상태가 빼곡히 적힌 종이 앞에서 배 경사는 말을 흐렸다. 그때 신고자의 독촉전화가 또 걸려 왔다.
“홍대 정문 앞 놀이터 말씀이시죠? 다른 신고가 밀려서요. 빨리 해결하고 가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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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 신고 폭증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긴급 출동해야 하는 112 신고인 ‘코드1’ 건수가 올 상반기 71만168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37만5372건에 비해 89.6%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파출소 지구대 등 지역 경찰 인력 충원은 더디기만 해 현장 치안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신고 뒤 현장 도착까지 걸린 평균 시간도 2011년 3분 53초에서 2012년 3분 34초로 줄었다가 올 상반기에는 4분 10초로 36초 늘어났다.
코드1은 성폭행 강·절도 등 범죄가 벌어지고 있어 긴급 출동을 해야 하는 신고를 뜻한다. 연간 코드1 신고는 84만∼90만 건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연간 수준에 육박함에 따라 이 추세라면 연내 140만 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가 이미 끝난 현장 등 긴급하지는 않지만 출동해 처리해야 하는 ‘코드2’ 신고와 코드1 신고를 더한 건수도 지난해 상반기 약 373만 건에서 올해 상반기 약 422만 건으로 13.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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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동인력 태부족…민생치안 허점
이에 따라 일선 지구대 파출소에는 폭증하는 112 신고를 감당하지 못해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특히 관내에 유흥가 등이 밀집해 있는 지구대는 신고가 몰리는 밤마다 인력 부족에 허덕인다. 9일 밤 취재팀이 동행 취재한 서울시내 지구대에서는 출동 지령이 내려져도 바로 현장에 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경찰관들은 화장실도 제대로 들르지 못한 채 부랴부랴 현장으로 이동했지만 처리하지 못한 지령이 한 순찰차에 3개까지 쌓이기도 했다. 이배동 홍익지구대 경장은 “사건 당사자를 조사하기 위해 한 순찰조(2명)가 지구대로 복귀하면 다른 순찰차 한 대에 지령이 4, 5개 쌓이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2012년 2만6632건의 112 신고를 처리해 전국 1위에 오른 홍익지구대는 9일 오전 5시∼10일 오전 5시 하루 동안에만 93건의 신고에 대응 출동했다.
지구대원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출동의 우선순위를 판단하지만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 조금 늦게 현장에 도착하면 단순한 폭행 시비가 살인 사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재식 홍익지구대 경위는 “현장에 늦게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항상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출동해야 할 신고는 증가했지만 인력은 오히려 줄었다. 지구대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지역 경찰 인력은 2013년 7월 말 현재 4만1369명으로 3년 전인 2010년(4만1578명)보다 오히려 209명 감소했다. 정원(4만3482명)보다는 2113명 적다. 일선 지구대 파출소에서는 신고가 많은 야간에 자원 근무, 탄력 근무를 통해 자체적으로 인력을 보강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간 근무는 신고가 몰려 업무 강도가 센 데다 초과 수당도 시간당 3000원 내외에 불과해 경찰들이 서로 기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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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김성모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