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이다. SK한동민이 11일 문학 롯데전 9회말 3-3의 균형을 깨는 끝내기 솔로홈런을 터뜨린 뒤 헬멧을 벗어들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3-3 이던 롯데전 9회말 짜릿한 한방
부상·슬럼프 딛고 드디어 진가 증명
4연승 SK, 4위 넥센 5.5게임차 추격
“그냥 네가 홈런 쳐서 끝내라.”
3-3 동점으로 팽팽히 맞선 9회말. 무슨 직감이 온 걸까. SK 최정(26)은 덕아웃에서 타석에 들어서려는 선두타자 한동민(24)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거짓말처럼 들어맞았다.
한동민은 1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3-3 동점인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서 극적인 끝내기홈런을 날렸다. 볼카운트 2B-1S의 유리한 상황에서 롯데 김승회의 3구째 몸쪽 높은 직구(시속 145km)가 날아들자,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다.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SK 선수들은 일제히 “갔다!”라고 소리치며 덕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타구가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것을 확인하면서 달리던 한동민은 헬멧을 벗고 환호했고, SK 팬들과 선수들은 하나가 돼 기쁨을 만끽했다. 한동민으로선 시즌 8호 홈런이자, 2012년 프로 데뷔 후 개인 첫 끝내기홈런. 올 시즌 9개 구단 통틀어 6호이자 역대 234호 끝내기홈런이었다.
무엇보다 희미해져가던 팀의 4강행 불씨를 살리는 값진 홈런이었다. SK는 이날 경기 전까지 7위였다. 4위 넥센에 여전히 6.5게임차. SK는 이날 승리로 올 시즌 팀 최다연승 타이인 4연승을 달렸다. 아울러 넥센이 한화에 덜미를 잡히면서 5.5게임차로 따라붙게 됐다.
SK는 앞으로 40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쉽지만은 않은 4강 도전이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날 한동민의 9회말 끝내기홈런은 마치 “야구는 9회말부터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는 말을 온몸으로 입증하는 듯했다.
한동민은 경기 후 “홈런을 너무 오랜만에 쳐서 정신이 없다. 부상 이후로 못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홈런이) 하나 나와줘 홀가분하다. 김승회 선배의 직구 구위가 좋아 직구를 노렸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4강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최근 부진하다보니 출장 기회 줄어들어 내 몸은 말짱하다. 스타팅이든, 백업이든 어느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