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도의 자유 > 3禁 양심보고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문준필)는 지난해 11월 소위 임관을 한 학기 남기고 퇴학당한 A 씨(23)가 ‘퇴학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퇴학처분을 취소한다’며 A 씨에 대해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A 씨는 퇴학당한 뒤 5월 병무청으로부터 일반병 입영통지를 받자 소송을 냈다.
지방 출신인 육사 생도 A 씨는 주말 외박 때마다 친구 하숙집에서 생활했다. 눈치도 보이고 불편해 지난해 1월 어머니에게 부탁해 서울 노원구 화랑로 육사 근처에 작은 원룸을 얻었다. 주말에만 잠시 머무르는 용도였고 평일엔 종종 어머니가 와 있기 때문에 학교에는 보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친구와 집에서 데이트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수차례 성관계를 하게 됐다. 그러다 ‘이성친구와 원룸에 드나드는 육사 생도가 있다’는 누군가의 제보로 10개월 만에 원룸 생활이 적발됐다.
A 씨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전제로 2년 가까이 사귀었고, 서로 동의하에 학교 밖에서 성관계를 한 게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했다. 이에 육사 측은 A 씨가 ‘성관계 성희롱 임신 동거 등 도덕적 한계를 위반하는 행위는 성군기 위반행위로 강력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고 명시한 생도 생활예규(35조6항)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양심보고에 대해서도 A 씨는 ‘여자친구와의 성관계는 지극히 사적인 일인데 일일이 보고하는 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지만 육사 측은 ‘양심보고 제도는 사관생도의 도덕적인 용기를 기르기 위해 만든 제도로 이를 어긴 건 육사 생도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정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양심보고 역시 예규 22조에 명시된 육사 생도가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육사는 1951년 이후 지금까지 교내 예규에 ‘3금 제도’를 두고 있다. 다만 남자생도든 여자생도든 성관계를 하거나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퇴학당하는 건 아니다. 양심보고 의무를 이행했는지, 다른 위반 사항은 없었는지 등을 자문기구인 교육운영위원회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학교 측이 처분 수위를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재판부는 “성관계는 개인의 자유이며 A 씨의 경우 군기를 문란하게 하거나 사회의 건전함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양심보고 역시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이를 위반했다고 징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A 씨가 사복착용 금지 규정을 어긴 것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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