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든 달러 송금은 일단 뉴욕으로 보내야만 하나”
홍콩 중심부 파이스트파이낸스센터 32층에 위치한 외환은행 홍콩 무역금융&송금센터. 이 센터 개설로 하루씩 걸리던 해외 송금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졌다. 외환은행 제공
신 부행장은 ‘늘 해오던 방식’에 익숙해지는 대신, 고객과 은행을 위한 새로운 송금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뉴욕 이외의 지역에서도 달러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됐다. 그는 ‘바로 이거다’라고 무릎을 쳤다. 한국과 시차가 1시간 밖에 나지 않는 홍콩지점에 송금센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이렇게 탄생했다.
○ 아이디어는 고객을 향한 열정에서 나온다
그는 ‘홍콩에 송금센터를 세우면 하루 이상 걸렸던 해외 송금이 단 몇 초 만에 가능해진다’며 설립 추진 계획을 세워 윤용로 행장에게 보고했다. 외환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큰 만족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윤 행장은 당장 센터 설립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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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설립 준비에 들어간 외환은행은 그해 5월 24일 홍콩 무역금융&송금센터를 열었다. 홍콩 중심부 파이스트파이낸스센터 32층에 위치한 홍콩지점의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홍콩센터에는 현지 직원 14명과 한국에서 파견된 2명이 근무 중이다.
센터가 문을 연 후 한국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센터 설립 전 월 19만 건이던 홍콩지점의 달러 송금 건수는 월 44만 건으로 급등했다. 고객의 범위가 기존 홍콩에 진출한 기업에서 한국 거주자 및 기업으로 확대된 결과다. 무역금융 규모도 3억1800만 달러에서 9억6800만 달러로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송금 건수가 크게 늘어난 이유로는 실시간 송금 서비스 외에 타행 대비 저렴한 수수료가 있다. 보통 해외로 달러를 송금하려면 여러 군데의 은행을 거쳐야 했고,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두세 번 매겨졌다. 외환은행은 웰스파고와 파트너십을 맺어 고객들이 수수료를 단 한 번만 내도록 했다.
평소 외환은행을 이용해 인도네시아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한다는 수카리 씨는 “예전에는 몇 군데의 은행을 거쳐 생활비를 보내느라 수수료가 중복으로 나갔는데 이제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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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섭 외환은행 홍콩지점장은 “한국기업의 현지금융 지원 역할 외에 외국 기업의 대출이나 투자은행 거래에 적극 참여해 해외 지점 중 처음으로 대출 자산이 1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현재 홍콩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이 창출하는 수익 가운데 외환은행은 40%를 차지하고 있다.
홍콩센터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모델로 평가되자 외환은행은 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홍콩센터와 같은 개념의 ‘유로화 송금 및 결제 센터’를 만들었다. 이 센터에서는 독일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 외에 달러와 유로화 송금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국가의 은행들을 대상으로도 영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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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