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사회학
그러나 이 주장이 과연 사실일까. 필자가 보기에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바로 연준이 말해주지 않는 다음의 몇 가지 사안 때문이다.
첫째, 연준은 미국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정황으로 최근의 증시 활황과 부동산 시장의 회생 조짐을 제시한다. 그러나 연준은 그러한 현상들이 일어나는 진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의 경기회생 조짐은 경기가 좋아져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이 아니라 연준에 의해 풀린 돈이 갈 곳이 없어 몰리며 일어난 현상이다. 말하자면 실질적인 경제성장이 없는 거품이다.
둘째, 경기부양의 근거로 연준은 국내총생산(GDP)의 완만한 성장을 들고 있지만 그것이 내실 있는 성장이 아닌 새로운 GDP 산출기법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기존의 GDP 산출 공식에서 제외되었던 연구개발 및 상품화 전 단계의 예술작업과 같은 무형자산도 GDP에 계상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GDP는 실질적 성장 없이 과거의 산출 공식에 따른 것보다 2% 정도 오른다. 말하자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전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확연한 인플레이션 징후에 대해 연준은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이는 다음의 사실들을 고려하면 분명해진다.
BE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에는 미국인들이 소득의 17.8%를 식품과 에너지 구입에 사용하였는데, 올 1분기(1∼3월)엔 21.3%였다. 다음으로, 3월 무역적자가 약 371억 달러로 줄었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적자는 23.6% 감소했다. 경상수지 적자가 해소되는 것은 얼핏 보면 좋은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거기에 문제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3월 개인지출은 0.2% 상승했고, 저축률은 2.7%로 정체상태다. 수입을 덜 하는 상황에서 연준의 말대로 물가까지 오르지 않았다면, 국민의 지출은 감소하고 저축은 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그 반대다. 이는 필수품 및 서비스 물가가 올랐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연준이 찍어낸 달러 효과다. 그러나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그 결과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연준은 미국인은 물론이고 세계를 상대로 도박을 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연준이 말해주지 않는 것을 간파하는 지혜가 절실한 때다. 출구전략 조짐이 보이는 이 시점에 우리의 치밀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