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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아홉 개 향이 내게 준 고독, 음악으로 힐링”

입력 | 2013-05-25 07:00:00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서 시간여행자 박선우를 연기한 이진욱은 장면마다 한계에 도전하며 한층 깊어진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tvN ‘나인’으로 연기력 업그레이드, 이진욱

굴곡 심한 캐릭터와 싸움, 매회 한계 도전
쇼스타코비치 협주곡·‘가을의 전설’ 큰힘
‘나인’ 대본 최고…신성한 느낌까지 받아

당신에게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향 9개가 생겼다. 이 향이 당신과 당신 주변 사람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과거를 살아가고 있는 그들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 당신이라면 이 향을 쓰겠는가.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극본 송재정·연출 김병수, 이하 ‘나인’)의 남자주인공 박선우는 자기 손에 쥐어진 아홉 개의 향을 통해 과거로 돌아간다.

과거에서 바꾼 작은 변화는 다시 돌아온 현재를 크게 바꾼다. 곁에 있던 연인은 한순간에 조카가 되어 있고, 죽었던 형은 살아 있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이 형이라는, 알고 싶지 않은 사실까지 마주하게 된다. 그제서야 남자는 그 향이 ‘선물’이 아닌 ‘저주’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마지막 향이 다 타고 꺼지는 순간, 과거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다.

‘나인’은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이미 다뤄진 타임슬립(시간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상상 이상의 반전과 밀도 있는 대본의 힘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호평 받았다.

주인공 박선우를 연기한 배우 이진욱(32)은 ‘나인’을 통해 ‘연기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많은 분량을 소화하며 성실하게 작품을 이끌어갔다. 그는 “모든 순간이 벽이었다. 캐릭터에 주어진 삶의 굴곡들이 그대로 흡수되면서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매회 내 한계를 실험했고 그 한계를 뛰어넘었다”며 당시의 고독함을 내뱉었다.

캐릭터가 준 외로움은 촬영 내내 음악으로 치유했다. 이진욱은 휴대전화 속에 담긴 ‘플레이 리스트’를 열어 직접 음악을 들려줬다. 영화 ‘가을의 전설’의 삽입곡 ‘The changing Seasons, Wild Horses, Tristan's Return’과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2번. 잔잔하면서도 웅장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려주며 그는 “이 두 곡을 들으며 견뎌냈다”고 말했다.

군 제대 이후 이진욱은 복귀작 ‘스파이 명월’ 이후 ‘로맨스가 필요해 2012’와 ‘나인’까지 두 작품 연속으로 케이블채널 드라마를 선택했다. 그는 “지상파 혹은 케이블채널은 내가 작품을 고르는 데 기준이 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에서 ‘나인’ 대본을 보는데 한 권의 대본이 마치 한 장 같은 기분이었다. 종교를 대하는 듯 신성한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나인’ 20회 결말을 두고서도 시청자의 추측과 함께 각각 다른 결론이 도출되기도 했다. 이진욱은 “팩트는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간 선우가 죽었다는 것이다. ‘나인’은 시청자의 구미를 맞춰줄 생각이 전혀 없었던 작품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연출자와 작가, 배우가 그 어떤 것에도 제약을 받지 않고 각자가 ‘마음껏’ 제 능력을 펼칠 수 있었던 건 ‘나인’이 지상파 방송이 아닌 케이블채널을 통해 방송된 덕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 작품을 끝내고 배우 스스로 ‘최고의 작품’을 만났다고 표현하는 건 어쩌면 큰 축복이겠지만 이진욱은 그 ‘최고’라는 단어를 조금 아껴두기로 했다. 이진욱은 차기작으로 영화를 검토 중이다. 스크린 데뷔를 앞둔 그는 “‘나인’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새롭게 얻었으니 이제 다시 쏟아내고 싶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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