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정치부 기자
이후 청와대의 뜻이 전달되자 무안해진 금융위는 부랴부랴 발표를 서둘렀고 결국 이날 오후 2시 반 ‘외환위기 당시 연대보증채무자 지원 방안’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솔직하게 “우리(청와대)가 좀 빨리 하라고 (금융위를) 재촉했다”고 털어놨다.
부정확한 보도가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청와대의 우려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금융위와 사전협의를 거쳤다면 금융권에서 ‘청와대가 등 떠밀기 식으로 발표를 밀어붙였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통상임금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서 해외 기업인에게 “꼭 풀어 나가겠다”고 말한 뒤 국내에서 이슈화됐다. 고용노동부는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개성공단 회담 제의를 지시하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던 통일부가 태도를 바꿔 대화를 제의한 것도 국민에게는 ‘엇박자’로 비쳤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취임 100일(6월 4일)을 앞둔 박 대통령과 참모들이 조급증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선인 시절 “3개월, 6개월 안에 (공약 이행을) 거의 다 하겠다는 각오로 해야 한다”고 말했던 박 대통령이 마음먹은 대로 속도가 나지 않자 답답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두르는 것과 성과를 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친다(Haste makes waste)’는 영어 속담이 있다. 100일을 맞는 박근혜정부가 5년 뒤 성공한 정부로 기억되기 위해 되새겨야 할 말이다.
장원재 정치부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