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새 정부 들어 첫 재정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임기 5년간 대선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지와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꾸려가기 위한 ‘공약가계부’ 논의도 있었다. 경기 침체와 고령화 등으로 돈 들어올 데는 막막하고 쓸 데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17개 부처 장관이 모두 참석해 국가의 곳간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논의하고 제시하는 자리였다.
정부는 국가채무를 임기 내 국내총생산(GDP) 대비 30%대 중반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쉽지 않은 목표다. 올해 적자국채를 찍어 17조3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짜게 되면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4.8%에서 36.2%로 올라간다. 경기가 회복되고 정부 씀씀이를 대폭 줄이지 않으면 임기 내 균형재정은 어려울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와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당장 임기 5년간 135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약 재원도 막막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세입을 53조 원 늘리고 세출은 82조 원 줄여 이 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경기 침체로 국세 수입에 구멍이 뚫렸다. 이달 말 내놓을 ‘공약가계부’에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원 확보와 재정 지출 방안이 담겨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불신을 줄일 수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연금과 의료 지출이 늘어나고 경제 활동이 둔화되면 정부 가계부의 적자폭은 커진다. 임기 5년 이후까지 내다보고 선제적 재정개혁을 준비해야 후임 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가채무를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법으로 정해 방만한 재정운영을 막는 방안도 실행에 옮길 때가 됐다.
정부는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 없이 재원을 마련하는 ‘증세 없는 공약 실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세금은 덜 내면서 복지 혜택은 선진국 수준으로 받겠다면 나라 곳간이 견뎌내질 못한다. 복지공약을 고수하려면 누가 얼마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증세(增稅) 논의를 늦지 않게 시작하는 게 솔직한 정부다. 복지에는 반드시 비용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