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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긴박했던 남북출입사무소

입력 | 2013-04-30 03:00:00

“억류되나” 긴장감… 예정 7시간 넘겨 귀환
돌아온 43명 “할 말 없습니다, 묻지 마세요”




귀환 예정시간인 29일 오후 5시를 7시간가량 넘긴 밤 12시 20분경. 개성공단에 체류하던 50명 가운데 43명을 태운 차량 42대가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차량 심사게이트를 통과했다. 귀환 인력들은 취재진이 쏟아내는 질문에 “할 말 없다. 묻지 말아달라”면서 각자의 행선지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살얼음을 걷는 듯한 긴장 속에 하루를 보낸 탓인지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애를 태우며 이들을 기다리던 업체 관계자들의 표정은 ‘초조, 우려, 안도’를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개성공단 내 섬유업체 직원 김모 씨(57)는 오후 7시까지 귀환 소식이 전해지지 않자 “그래도 오늘 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며 연신 담배를 태웠다. 공단 내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 전원이 귀환 준비를 마쳤지만 북한과의 실무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통행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곳곳에서는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일각에선 “북한에 억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오후 8시를 넘어가자 업체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귀환을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개성공단에 남겨두고 온 기계 설비를 걱정하던 목소리는 “사람들만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로 바뀌었다. 이들은 “그래도 무슨 일이 있겠느냐”며 서로를 위로하면서 TV 주위에 모여 앉아 시시각각 전해지는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돌아오는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려던 업체 관계자들은 다음 날 새벽 귀환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남북출입사무소 2층에 마련된 식당에서 서둘러 식사를 하며 장기전 채비를 갖췄다. 한 직원은 “과거에도 북한이 통행동의를 해주지 않아 밤늦게야 돌아온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당초 오후 6시까지만 취재가 허용돼온 남북출입사무소도 이날만큼은 체류 인원들이 돌아올 때까지 취재시간이 연장됐다.

끝없는 적막감만이 흐르던 남북출입사무소는 오후 9시 20분경 마지막 체류인원 50명 가운데 43명의 귀환이 승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입경장 주위로 다시 취재진들이 모여들었고, 업체 관계자들은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걸며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50명 전원이 돌아오지 못하고 7명이 여전히 잔류한다는 소식은 떠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입경장을 나와 차에 타려던 한 입주기업 직원은 “다 같이 돌아오는 줄 알았다.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도라산=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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