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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 계룡대 특강 “부하 기쁘게 해야 최강의 전투력 발휘”

입력 | 2013-04-26 03:00:00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복창하십시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구름 떼처럼 몰려옵니다.”

열정에 넘치는 60대 강사는 해·공군 참모총장, 육군 참모차장 등 육·해·공군 간부 700여 명 앞에서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살기 위한 화두를 이렇게 던졌다.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67·사진)은 25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3군 본부 합동아카데미에서 ‘대한민국 안보역량 강화의 힘! 근자열!’이란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조 이사장은 “안보역량의 힘은 우리의 마음에 있다”고 했다. 철저한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둘러싸여 있고 사생활보다는 공적인 임무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군인일수록 가까운 이들에 대해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 인해 마음이 불안정해지면 최고의 안보역량도 발휘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껏 살아오며 아내, 아버지, 아들과의 관계에서 빚어졌던 갈등과 아픔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어린 시절 술만 한잔 드시면 어머니를 때리고 가재도구를 부수던 아버지를 많이 원망했습니다. 심지어 ‘아버지가 언제 죽노’라며 노래를 부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그 역시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아들이 자신에 대해 적어 놓은 메모지를 우연히 발견하게 됐다. 거기에는 “우리 아버지는 언제 죽지”란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그때 그는 뒤통수를 얻어맞는 충격을 느꼈다고 한다.

“9급 말단부터 대전지방국세청장까지 올라간 저를 보고 국세청에선 ‘9급 신화’라고 합니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위해 원 없이 일을 했습니다. 아내나 자식이랑은 대화가 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 이사장은 “행복은 계급순이 아니다”란 말로 90분간의 강연을 마무리했다. 기쁘게 해야 할 가까운 사람으로 배우자, 자녀, 부모, 친척 그리고 동료를 꼽으며 다시 한번 ‘근자열’을 강조했다.

“내 가족, 동료, 부하들을 잘 보듬어야 전투에서도 최강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끈다면 저처럼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살 수 있습니다.”

계룡대=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