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아이디어를 찾으려면 아이디어와 창조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스티븐 존슨 지음·한국경제·2012)
그렇다면 생태계는 누가, 어떻게 만들까. 그 답은 생태학자들의 최근 40년 동안의 연구에서 얻을 수 있다. 이들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생물을 ‘핵심종’이라고 부른다. 이것의 대표적 사례는 ‘생태계의 엔지니어’라 불리는 비버(beaver)이다.
비버는 포플러와 버드나무를 베어 댐을 만들어 온대림을 습지로 바꿔 놓는다. 그러면 수많은 동물들이 그 습지로 모여든다. 도가머리딱따구리는 비버가 베어내어 죽은 나무에 구멍을 뚫어 보금자리를 만들고, 캐나다기러기는 버려진 비버의 굴에 자리를 잡는다. 사실 비버는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댐을 만들었지만 그 행위는 다양한 생물들이 모여 사는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비버 같은 역할을 해줄 핵심종이 인간에게는 없을까? 사람들이 만드는 혁신의 온상은 ‘물리적 공간’의 플랫폼이다. 실리콘밸리의 홈브루 컴퓨팅클럽, 빈 베르크가세 19번지에 있는 프로이트의 집에서 열렸던 수요모임, 18세기 영국의 커피하우스 등은 모두 작은 규모의 플랫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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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는 투입에 생산 효율을 곱하면 산출이 계산되어 나오지만, 지식 창조경제는 플랫폼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비버처럼 혁신 생태계에 기여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이가 많아져야 한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