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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태자당 펀드’… 시진핑 反부패 시험대

입력 | 2013-04-10 03:00:00

후진타오 시대 실세 허궈창 아들 사모펀드 설립해 2277억원 모아
장쩌민 손자도 국영기업 지분 확보… 기득권세력 편법치부 대응 주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전임 지도부 자제들이 연이어 사모펀드로 재산 불리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의 개혁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로이터통신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시절 중국 최고지도부 9명 중 1명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위원회 서기 허궈창(賀國强)의 아들 허진타오(賀錦濤) 씨가 최근 네포크캐피털이라는 사모펀드를 설립해 2억 달러(약 2277억 원)를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네포크 측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새 정권 출범 이후) 요즘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금을 순식간에 모았다”며 “(네포크 측은) 올해 중반까지 목표금액 5억 달러(약 5692억 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손자 장즈청(江志成) 씨가 홍콩에서 세운 사모펀드 ‘보위(博裕)캐피털’을 통해 초대형 국영기업인 중국 신다(信達)자산관리공사의 지분을 비밀리에 확보했다고 전했다.

금융업계에서는 혁명 원로나 고위 관료의 자제를 일컫는 ‘태자당(太子黨)’ 또는 ‘신(新) 홍색(紅色)귀족’이 부모의 정치 인맥을 통해 국유기업의 상층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투자금을 수월하게 모으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일반 사모펀드는 투자자들이 펀드 설립자와 자금 운용자를 만난 뒤 펀드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만 네포크 투자자들은 가입 금액을 확정한 뒤에야 허진타오 씨와 면담할 기회를 가졌다고 한다. 네포크 측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 소식통은 “아시아에서 돈 벌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상부와 끈이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네포크는 이미 과학기술과 미디어 통신 부문에 2건의 투자를 했다. 여기에는 외국인 진입이 제한돼 있다. 외부 감시가 소홀할 개연성이 다분한 것. 중국 금융시장 전문가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쿵가오펑(孔誥烽) 교수는 “태자당은 결국 먼 친척을 내세우거나 더 교묘한 방법으로 경제적 자원을 통제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태자당 펀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아들인 원윈쑹(溫雲松), 장쩌민 전 주석의 아들 장몐헝(江綿恒), 리창춘(李長春) 전 상무위원의 딸 리퉁(李동) 씨 등이 사모펀드에 관여해 왔다. 심지어 류윈산(劉雲山) 현 상무위원의 아들 류러페이(劉樂飛) 씨도 사모펀드인 중신(中信)산업투자기금 대표를 맡고 있다.

쿵 교수는 “사모펀드 고유의 불투명성이 (주변의 눈을 의식해야 하는) 태자당에는 천국과도 같다”고 말했다. 중국 상위 4개 태자당 펀드의 투자금은 104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가 갓 출범하자마자 태자당이 돈 끌어 모으기에 나섬에 따라 공산당 기득권 세력의 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을지 회의가 일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태자당이 과거보다는 덜할지라도 여전히 주요 부문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것으로 내다본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시 주석 본인이 태자당인 데다 현 지도부가 전반적으로 보수화돼 있어 기득권층의 전횡과 개혁에 대한 저항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