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카페 티켓사기 극성한류 아이돌그룹 콘서트 표부터 프로야구-놀이공원 입장권까지 속여직거래 거부할땐 반드시 의심을
남성 6인조 그룹 ‘신화’의 홍콩 팬클럽 회장 L 씨(29·여)는 2월 중순 고민에 빠졌다. 3월 16, 17일 한국에서 열릴 ‘신화 15주년 콘서트’ 티켓을 구하지 못한 탓이었다. L 씨는 신화의 노랫말을 알아듣기 위해 배운 한국어 실력으로 한국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에 들어가 매물로 나온 티켓을 찾았다. 그러다 임모 씨(28)가 올린 ‘신화 콘서트 스탠딩SR석 20만 원, VIP석 45만 원 판매. 티켓은 택배로’라는 글을 봤다.
L 씨는 기쁜 마음에 팬클럽 회원들에게서 티켓 70여 장 값인 2300여만 원을 모아 임 씨에게 보냈다. 하지만 기다리던 택배는 오지 않았다. 임 씨가 인터넷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사기를 친 것이다. 격분한 L 씨는 한국까지 날아와 임 씨를 신고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7월부터 인터넷 카페에서 유명 가수들의 티켓을 판다고 속여 내·외국인 75명에게서 51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임 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유명 가수에 대한 팬심을 이용한 티켓 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L 씨가 피해를 당한 ‘중고나라’에는 티켓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 사례가 400개 이상 올라와 있다. 지난달 12일엔 가수 싸이의 티켓을 싸게 판다며 37명에게서 400여만 원을 챙긴 형제 2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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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카페의 티켓 거래는 구매자가 먼저 돈을 보내면 판매자가 티켓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이뤄져 사기에 취약하다. 사기꾼은 대부분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쓰고 일정 기간 사기를 치면 새로운 명의의 대포폰과 대포통장으로 갈아탄다.
티켓 사기꾼들은 절대 직접 거래하진 않는다. 만남을 요청하면 연락을 끊거나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회피한다. 인터넷에서 티켓을 살 때 직거래를 한사코 거부하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조동주·박훈상·권오혁 기자 djc@donga.com